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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양 정해주고···태국소년 기적 뒤엔 25살 그가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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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동굴 소년들 기적적 생환 뒤엔 승려 출신 코치의 '명상 리더십' 있었다

태국 동굴에 고립됐던 소년들의 기적적인 생환 뒤에는 명상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보살핀 스물 다섯 살 코치의 특별한 리더십이 있었다.

동굴 안 아이들에게 명상과 에너지 비축법 교육 #태국인들, "아이들 위해 신이 보낸 사람" 칭송도 #10일, 엑까뽄 코치 포함한 5명 전원 구조 시도

동굴 안에 아이들과 함께 남은 엑까뽄 코치의 모습(왼쪽). [사진 태국 해군 페이스북]

동굴 안에 아이들과 함께 남은 엑까뽄 코치의 모습(왼쪽). [사진 태국 해군 페이스북]

현지 시간으로 8~9일 진행된 구조 작전을 통해 태국 북부 치앙라이의 탐 루앙 동굴에 갇혔던 소년 축구팀 12명 중 8명이 무사히 동굴을 빠져나왔다. 10일 오전, 아직 동굴 안에 남아있는 사람은 소년 4명과 함께 동굴에 들어간 엑까뽄 찬따웡(25) 축구팀 코치. 당초 8일 구조된 네 명 안에 엑까뽄 코치가 포함됐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오보로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WP) 복스(Vox) 등 외신들은 9일, 아이들이 건강한 상태로 구조될 수 있었던 데는 승려 출신인 찬따윙 코치의 명상과 마음 다스리기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 걸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달 23일 탐 루앙 동굴에 들어갔다 폭우로 고립됐다. 구조대가 동굴을 채운 물을 뚫고 이들을 발견하기까지 열흘 간 소년들이 가져온 약간의 과자를 나눠 먹으며 버텨야 했다.

구조대와 동굴을 나온 소년들의 진술에 따르면, 엑까뽄 코치는 동굴 안에서 아이들에게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체내에 에너지를 비축해두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는 또 아이들에게 하루 먹을 과자의 양을 정해주고,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도록 지시했다. 또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흙탕물 대신 천장에 고인 맑은 물을 마시라고 알려줬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한 후 자신은 거의 공복 상태에서 버텼다고 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엑까뽄 코치는 열살 때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지내다 12세부터 사찰에 들어가 10년 간 수도승 생활을 했다. 3년 전, 병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수도승 생활을 접고 치앙라이주 매사이주로 와 새로 설립된 무빠 축구팀의 보조 코치로 일하기 시작했다.

엑까뽄 코치를 아이들을 돌보는 보호자로 묘사한 SNS의 그림.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엑까뽄 코치를 아이들을 돌보는 보호자로 묘사한 SNS의 그림.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소년들의 실종이 알려진 직후, 우기가 시작됐음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동굴에 들어간 코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그가 평소에도 아이들을 아꼈고, 동굴 안에서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보살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은 잦아들었다.

SNS 등에서는 그를 아이들을 지킨 영웅으로 묘사하며 “소년들이 동굴에 갇히는 역경에 대비해 부처께서 수도승 경험이 있는 코치를 축구팀에 보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엑까뽄 코치는 지난 6일 동굴 안에서 아이들의 부모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죄송하다”며 “동굴 안에서 아이들을 책임지고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 한 소년의 어머니는 이 편지를 받은 후 “코치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겠는가. 우리는 절대로 코치를 비난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국 구조 당국은 10일 엑까뽄 코치를 포함해 동굴 안 생존자 5명을 전원 구조하는 3차 작전에 돌입한다. 구조를 지휘하는 나롱싹 오솟따나꼰 치앙라이 지사는 “동굴 침수구간의 수위와 공기 상태, 생존자들의 건강 등 구조 여건은 비교적 좋다”며 “비의 신 프라피룬이 우리를 돕는다면 남은 생존자를 신속하게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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