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서답 NBC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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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T셔츠 사건으로 한국민 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 NBC의 몇몇 복싱 중계자들이 서울 올림픽 기념품으로 만들려한 것이지 한국민 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 태극기를 훼손해가며 T셔츠를 도안한 것은 결코 아니다.』
28일 오후7시 국제방송센터 (IBC) 5층 회의실.
유난히 한국의 어두운 면만 조명하는 전파보도로 반미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는 미 NBC 방송은 T셔츠 사건이 터지자 급기야 기자회견을 자청, 태극기를 훼손한 T셔츠의 도안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NBC 스포츠사장「아더·와트슨」명의로 된 이 성명서는 끝으로『한국민 들의 NBC에 대한 후의에 감사하며 우리의 사과를 받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 참석한 국내기자들의 관심은 T셔츠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었다. 편파보도 부분에 대해서도 과연 사과를 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편파보도 부분에 대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NBC 서울 올림픽 방송홍보담당「모나한」씨는『NBC는 한국을 정확히 보려 애쓰고 있다』『NBC의 한국에 대한 호의 어린 보도태세로 시청자들이 한국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등 핵심에서 빗나간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 미국에서 12년이나 살았다는 IBC의 NBC 취재담당 통역은『이 성명에는 편파보도에 대한 사과도 들어 있다』고 한국을 조국으로 가진 한 미국시민으로서의 확대해석을 안타깝게 되풀이했다.
편파보도에 대한 빗발치는 코멘트 요구에 곤혹 감을 감추지 못하고 30분도 채 안돼 자리에서 일어나려던「모나한」씨에게 마지막으로 좀더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자『우리는 공정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권투선수의 링 점거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로 어느 나라 선수에 의해 일어났든 보도했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모든 면들을 잘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한국 매스컴이 우리의 한국에 대한 호감을 몰라주고 계속 NBC를 몰아 붙이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떴다.
「우리는 한국을 사랑하는데 왜 몰라주느냐」는 NBC의 한국에 대한 항변적인「짝사랑」 호소는 그러나 이날 밤 11시20분쯤 NBC 뉴스쇼『투데이』에서 학생시위대와 전경간의 조그마한 시위장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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