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후임 비서는 해외출장 동행 안 해…‘왜 남자로 보냐’는 얘기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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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 3차 재판이 9일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검찰 측 참고인들이 법정에 출석해 증인신문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이날 오후 공판에는 충남도청 콘텐트팀에서 안 전 지사 업무 모습을 촬영하는 용역 일을 했던 정모(29·여)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다. 정씨는 안 전 지사와 현장에 동행하는 도청 직원 중 고소인 김지은씨를 제외하면 자신이 유일한 여성이었고 김씨와 자주 술을 마시며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전했다.

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안 전 지사의 지지자였다가 발탁됐다는 정씨는 “지지할 때는 안 전 지사가 민주적이고 열려 있다고 생각했다”며 “도청에 들어가 보니 안 전 지사 말 한마디로 일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안 전 지사가 나타나면 모두가 긴장하는 분위기였다”며 “심기 불편한 행동을 최대한 하지 않기 위해 다들 눈치를 봤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선 경선 캠프 내 분위기에 대해 “제왕적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정씨는 김씨와 자신이 여성 지지자들의 질투 대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간혹 김씨와 술을 마실 때면 “(여성) 지지자들이 도대체 왜 지사님을 남자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김씨나 자신은 안 전 지사를 이성으로 보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김씨 후임 수행비서는 안 전 지사의 해외출장에 동행하지도 않았다”며 “안 전 지사는 김씨가 행사장에서 자신의 눈에 안 보이면 저를 시켜 찾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 변호인은 반대 신문에서 정씨에게 “김씨의 폭로 이후 지인에게 연락해 ‘(안 전 지사가) 다른 여자와 잤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한 적이 있지 않으냐”고 질문했다.

정씨는 이에 대해 “당시 한 말은 ‘어떻게 도지사가 여직원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실망스럽다’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앞서 오전 공판에는 지난해 초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김씨와 가깝게 지냈던 구모(29)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다. 구씨는 김씨의 고민을 자주 상담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구씨는 검찰 측 신문에서 “김씨와 자주 연락하며 가깝게 지냈는데 김씨가 안 전 지사와 러시아·스위스로 출장 갔을 무렵 연락해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구씨는 경선 캠프 분위기에 대해선 “안 전 지사 조직이 매우 수직적인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지사를 왕으로 표현했다. 또 “술자리나 노래방 등에서 성추행이 비일비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구씨와 정씨의 증인신문 이후 비공개 증인신문을 이어가고 있다. 비공개 증인에 대한 신문은 증인이 안 전 지사의 얼굴을 볼 수 없도록 차폐막을 놓은 채 이뤄진다. 김씨는 이날 건강상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일 제1회 공판기일을 방청석에서 지켜봤고 6일 두 번째 공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해 장시간에 걸쳐 증언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김씨를 지속적으로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4월11일 불구속기소 됐다.

지난해 7월~올해 2월 해외 출장을 수행한 김씨를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에서 네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7~8월 다섯 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하고, 지난해 11월에는 관용차 안에서 강압적으로 김씨를 추행한 혐의 등이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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