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황중태…동경이 어둡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경이 어두워지고 있다.
「히로히토」(유인)일황의 위급을 알리는 뉴스가 1주일째 되풀이되면서 정가·관가·오피스트가는 거무튀튀하거나 감색 또는 회색양복의 물결로 바뀌어졌다.
지금까지 가장 자유로운 언론을 향유하고 있다고 자랑해왔던 일본의 매스컴들은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는데 제동이 걸렸다.
그들은 연일 『국민들이 천황페하의 쾌유하심을 빌고있다』고 대서 특필하는데만 몰두하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일황에 관계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궁내청은 일황의 병명이 췌장암이라는 공공연한 비밀을 일부 신문·통신이 보도했다고 강력히 항의했으며 마이니치 데일리 뉴스 (영자지)는 이미 준비된 천황사망 관계사설이 잘못 앞당겨 나갔다고 주필과 편집국장을 해임시켰다.
여성주간지인 「여성자신」은 천황사진이 잘못 게재됐다고 해서 발매를 중지하는 소동을 벌여 신문·출판업계가 긴장상태에 있다.
본심을 잘 털어놓는 자민당의 「와타나베」정무 조사회장은 영국의 대중지가 일황을 가리켜 『지옥이 사악한 황제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한데 대해 그런 신문의 특파원이 일본에 있다면 국외추방해야 한다고 대경 일갈, 해외언론이 일황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하지 못하도록 위협했다.
정부각료들의 국제회의 참석뿐만 아니라 지방출장도 중지되었으며 민간기업들의 파티와 각종 회의·모임도 대부분 취소되었다.
그같은 행사는 일황에 대한 불경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명인사들이나 그들의 자제는 결혼식도 연기했으며 숱한 축제들이 「자숙」이라는 이름으로 잇달아 보류되었다.
자치생은 일황이 사망할 경우 각 지방의회도 심의를 중단하고 묵도·묵념을 올리도록 「행정지도」했으며 대장생은 각 금융기관 단체에 지시를 내려 은행원등이 수수한 색깔의 옷을 입도록 했다고 해당기관들의 반발을 샀다.
어떤 신문은 외국 언론이 일황을 얼마만큼 칭송하고 있는가를 의도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전혀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의 한 군소신문을 크게 인용보도, 영국 대중지의 일황비판을 상쇄시키려 애썼다.
일부지식층은 일본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일황의 와병을 계기로 전전의 절대주의적 천황제로 복귀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그들의 소리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매스컴을 타지 못했다.
27일 일본의 신문노동조합연합 「사이토」 서기장은 천황제에 대해 2차대전 중 전쟁책임 문제 등 여러가지 논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천황찬미일색으로 연결되는 보도로 일관하는 것은 냉정을 잃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민간방송 노조연합회도 각 방송국 기자들로부터 『천황에 관한한 언론자유가 없다』는 불평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합의「오타· 요시야키」실행위원은 『각방송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이번 사대에 대한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방영이 안된다. 전전의 천황문제만큼이나 다루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품화된듯이 보였던 구황의 신격화가 다시 되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동경=최철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