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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마음에 집중해야 할 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반려도서(38)  

 『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지음 /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1만9800원

『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지음 /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1만9800원

우리 사회에는 ‘자기애’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자기를 위한 삶은 악덕이고, 자신을 향한 사랑과 타인을 향한 사랑은 양립할 수 없다는 믿음은 신학과 철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되고 영화와 책을 통해 전파되는 상투적인 사상이다.

이기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는 놀랍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마라’, ‘너 자신을 사랑하지 마라’, ‘너 자신에 충실하지 마라’는 뜻도 담겨 있다. 자신보다 더 중요한 권위체인 부모나 사회, 조직, 국가를 위해 자신의 바람을 포기하고 그 힘에 ‘순종’하라는 의미다. 우리의 자발성을 억누르는 이런 구호의 압력에 우리는 온갖 희생과 철저한 순종을 강요받는다. 이것이 우리의 내면에서 들리는 양심의 목소리인 것인 양 착각한다. 자신을 온전히 수호하고자 하는 자아의 진짜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너의 이익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정반대의 가르침도 전해진다. 겉보기에 모순되는 두 원리가 함께 교육되고 있다는 게 우스꽝스럽지만 명백한 현실이다. 그 결과 우리 개개인은 가치 혼란과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과연 자기를 위한 삶은 악덕이고, 타인을 위한 삶이 미덕일까? 자기를 위한 삶과 타인을 위한 삶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후속편이라 밝힌 이 책에서 자기를 위한 삶이 왜 악덕으로 잘못 규정되는지를 밝혔다. 독립적인 자아를 찾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기애가 왜 우선되어야 하는지도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가 내면의 힘에서 비롯되는 경우에는 미덕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이 되지 못하는 무능력의 표현인 경우에는 악덕이 된다.”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자기를 신뢰하는 사람만이 타인에게도 충실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온전함을 수호하는 진짜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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