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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인원 줄고 건수는 늘어|감사원이 밝힌 작년도 비위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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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기관의 부당한 권한행사·비위행위는 줄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정부 각 부처·자치단체·투자기관 등의 씀씀이와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전년보다 잘못했다고 지적된 금액과 인원은 줄어들었으나 잘못된 사례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4일 국회에 낸 87년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4천5백66개의 정부기관·관련기관을 1년간 챙겨보니 모두 5천4백18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적발되었고 ▲여기에 관련된 5백30명을 인사조치하고 ▲시정조치 덕분에 세금이 더 걷혔거나 국민부담이 준 액수가 1천5백32억원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례별로 따져보면 우선 눈에 띄는게 책임자들이 사법적 단죄를 받고 있는 새마을중앙본부로 내무부의 지도·감독이 극히 미흡했던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새마을체육대회·경진대회 등 새마을이 81∼87년 6월까지 주관·주최했던 각종 대회의 경비 중 75·8%(75억1천만원)를 내무부가 국고·지방비에서 대줘 과다지원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지방자치 단체가 새마을본부에 일정액수의 돈을 댄 것 이외에 따로 운영비를 보조하도록 해 87년도만 48억원을 출연하고 운영비보조금 43억원을 지원토록 해 지방재정부담을 가중시켜 지난 6월28일 주의를 받았다.
더구나 새마을본부에 회계질서조차 잡히지 않았는데도 내무부가 이를 소홀히 한 구체적 사례도 드러나 ▲국민기금 쪽으로 돌려야할 기금이자 85억원을 함부로 운영비로 쓰도록 내버려뒀으며 ▲새마을 체육관건립 보조금이 서울시에서 9억원이 나갔음에도 체육관을 KBS가 짓도록 떠맡기고(공사비 1백8억), 보조금 및 이자 등 사무실 건물을 짓는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파견공무원 복귀·영종도 청소년 수련장부지매립면허 등에 대한 문제점, 중고화물선 도입문제 등이 지적 받았는데 감사원의 결산내용은 대체로 언론에 이미 보도됐거나,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사례를 확인한데 그쳤을 뿐 그와 같은 지적에 대한 시정조치는 새마을사건이 표면화된 훨씬 뒤에야 이뤄졌다.
특히 국고보조로 하는 나무(치수) 가꾸기 사업을 맡으면서 허위노임 지출서를 만들어 사업비를 과다 정산한 비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정인이 갖고있는 같은 조림지를 매년 새로운 사업인 것처럼 꾸며 계속 지원한 것으로 밝혔을 뿐 그것이 어디에서 이뤄졌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이규동씨의 평화농장에 대한 지원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올림픽을 결산할 때 집중 초점이 맞춰지고 과다 경비지출· 중복투자 여부가 정치권의 공세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례를 들춰보면 ▲올림픽개회식 때의 한강뚝섬축제는 마무리단계에서 새로 들어간 행사로 준비·시설부족임에도 무리하게 추진되었고 ▲올림픽공원 내 야외조각공원은 13개 관련기관이 독자적으로 추진해 중복과 낭비가 있었으며 사업규모를 너무 크게 잡아 당초(90억원)보다 19억원이 더 들었고 ▲개·폐막식 때의 레이저영상연출 등·일부행사는 졸속으로 추진하다가 취소되는 등 업무의 번잡만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의 끝없는 쟁점이 되고 있는 농어촌지원에 있어 영어자금이 효과적으로 쓰여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즉 연3천5백억원의 영어자금 중 원양출어 자금은 소요액의 28%에 불과한 5백억원만을 책정한 반면 연근해 어업자금은 3천억원이나 책정 운영해 매년 4백30억원 이상이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결국 농수산자금을 융자하면서 자금수요에 대한 조사 없이 획일적으로 배정하여 지역조합 또는 융자목적별로 자금형편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중점조사대상인 국민부담경감문제는 여전히 시정해야할 대상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세금을 매길 때 과세요건을 소홀히 하거나 새로운 판례가 나왔음에도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어 이의 신청→기각→제소→국가패소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파트채권 매입액을 필요경비로 인정하지 않고 양도소득세로 과세처분 한 것이 대법원에서 계속 패소되고 있는데도 법령을 보완하지 않고 대로 과세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체계 없는 주먹구구식 세금징수 때문에 81∼87년중 9개 유형 4백44개 사건이 납세의무자의 제소로 국가가 패소하고 결국 납세의무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세정에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사전조사 미흡 등으로 과잉투자·과다예산 책정된 것으로 ▲태백권 광역상수도시설의 경우 인구증가를 과다 예측해 공사비 92억원이 과잉투자 되었고 ▲창원·마산하수처리장의 경우 하수 발생량을 잘못 추정해 29억원 상당의 공사비가 과잉투자 된 것이 드러났다.
무사안일 및 부정·비리 등 공직기강과 관련된 대목의 비위는 「냄새나는 곳」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개발제한지역내의 농지훼손행위나 아파트구역내의 무허가골프장 영업행위 등을 단속하지 않고 오히려 발생사실을 은폐하거나 허위 신고하는 등 일부 취약분야가 대표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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