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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멜로디가 입에서 흘러나옵니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며 저 멀리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 60여개 국가에 팬을 만들었다는 초코 과자의 광고입니다. 1989년 시작된 이 시리즈는 살면서 겪는 힘들거나 고맙거나 그리운 상황에 말없이 과자를 놓고 메모를 남기는 장면으로 우리의 마음을 울려 왔습니다. 한자어지만 굳이 한국인만 가지고 있다고 우기는 단어가 크게 새겨진 과자를 슬그머니 전하는 것은, “오다 주웠다”라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준비한 선물을 툭 건네는 예전 아버지 세대처럼 살갑게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네의 은근한 표현법을 반갑게 보여줍니다.

그때의 이야기는 지금도 한결같이 나타납니다. 요즘은 말보다 카톡이 오히려 더 깊은 마음을 전달한다 합니다. 이모티콘이라는 나를 대신할 아바타가 얼굴 보며 말하긴 부끄러운 내용을 내 대신 보내주니까요. 이몽룡과 성춘향을 이어주는 방자와 향단이처럼 내 마음을 전달하지만 막상 바로 내가 표현하긴 쑥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과장해서 보내줍니다. 의인화된 캐릭터의 제한적 표현 중에서 내 마음과 가장 근사치인 것을 고른 것이지만, 적어도 내가 이야기한 것은 아닌 것이죠.

빅 데이터 7/6

빅 데이터 7/6

일상을 살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갚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 별다방의 기프티콘이야말로 빠른 보답이 됩니다. 마음이 담긴 선물을 모바일로 보내며 덧붙인 메시지는 순찰 나간 경비실 아저씨의 빈자리에 놓인 캔커피 위 포스트잇에 남긴 고마움의 표현과 다름없습니다.

“동짓달 기나 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 내어…정든님 오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라는 시조 속 연인을 향한 우리 선조의 애달픈 마음은 이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 그리고 배경음악 속에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매체가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표현의 방법도 중요하진 않습니다. 무리를 지어 함께 해온 시간이 벌써 수십만 년이고 언어가 충분하지 않은 시절에도 우리는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남아 왔으니까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내 깊은 사랑과 그를 향한 배려는 바로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요.

송길영 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