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흔들어보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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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13보(172~186)=처참한 표정으로 바둑판을 바라보던 탕웨이싱 9단은 결심한 듯 175로 좌변에 돌을 붙여왔다. 처절한 몸부림이다. 사실 이곳은 쉽사리 수가 날 것 같지 않은 자리지만, 무언가 변화의 빌미를 마련해 보기 위해 돌을 일단 내려놓았다. 탕웨이싱 9단으로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으니 최후의 순간까지 몸부림쳐보겠단 의미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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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쯔하오 9단은 침착하게 176으로 늘고 178로 끊은 다음 180으로 이었다. 여기에서 흑은 '참고도'처럼 흑1로 나가고 싶지만, 백8로 흑 두 점이 단수가 되어서는더는 앞으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결국 탕웨이싱 9단은 181로 손을 돌려 흔들기를 이어갔다.

물론 탕웨이싱 9단의 막판 흔들기 실력은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구쯔하오 9단이 쉽게 당할 유약한 선수는 아니다. 나이가 어려서 두뇌 회전이 빠른 데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게 분명하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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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까지 흑은 좌변에서 호구를 쳐서 집 모양을 내보려고 안간힘이다. 하지만, 허락된 공간이 너무 협소해 흑이 제대로 살기 어렵다. 어찌어찌 해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다 해도, 다른 곳에서 손해를 본다면 집 부족으로 흑의 패배가 확실해진다. 과연 탕웨이싱 9단은 이 난관을 기적처럼 극복해낼 수 있을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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