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이해찬 정동영... 당 간판으로 재조명받는 올드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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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무총리, 전 대선후보, 전 당 대표. 여야에서 당 대표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떠오르는 ‘올드보이’의 스펙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해찬 의원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중앙포토]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중앙포토]

이회창 전 총재는 타천(他薦)으로 귀환 후보로 꼽힌다. 한국당 비대위원회 구성 준비위원회가 꼽은 혁신비대위원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다.

이 전 총재를 비대위원장 후보로 꼽는 이들은 이 전 총재가 당내 계파 갈등을 수습하는데 적임자라는 논리를 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친박근혜계이든, 친이명박계이든 이 전 총재의 말에 반발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2000년 이 전 총재 때 공천을 받고 발굴된 사람들이 현재 당 중진이라 복잡하게 얽힌 당 갈등을 정리하는 데 이 전 총재 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 후 쇄신과 혁신을 내세우면서 '과거 인사'로 볼 수 있는 이 전 총재를 간판으로 앉히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도 지난달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이 전 총재가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은 후 “말도 안 되는 얘기다. 8공화국 만들 일 있나”고 반박했다. 안상수 비대위 구성 준비위원장은 4일 라디오에서 “이 전 총재의 측근이 연락이 와 비대위원장을 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수석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수석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내 최다선(7선)인 이해찬 의원도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친노’, ‘친문’의 좌장으로 꼽힌다. 이 의원의 출마할 경우 안정적 당·청 관계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출마설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청래 전 의원은 2일 라디오에서 “출마를 고민 중이신 것 같은데 제가 볼 땐 나오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12년 6월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5개월만인 11월 사퇴했다. 당내 비주류, 또 당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하던 안철수 후보 측의 사퇴 요구가 거셌다. 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당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 등판의 마지막 변수는 김진표, 전해철, 박범계 의원 등 친문 주자들의 잇따른 출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의 경우 추대를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적어도 친문 후보 간에는 교통정리를 해야 하지 않나'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4일 출마를 선언한 박범계 의원은 “절대적으로 완주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인 초청간담회에서 정동영 의원과 장병완 원내대표가 당선인들을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인 초청간담회에서 정동영 의원과 장병완 원내대표가 당선인들을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에서는 정동영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선수(4선)와 나이(65)만 보면 중진급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열린우리당 의장(2006년)과 대선 출마(2007년) 등 이력을 갖고 있다.

당내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20일 정 의원을 만나 “2선 후퇴를 하자”며 출마를 만류했다. 하지만 당일 오후 정 의원 측은 “지금은 초선 대표가 아니라 중진 대표가 더 필요할 때”라며 출마를 기정사실로 했다.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 외에 별다른 당직을 맡은 적이 없다. 국민의당이 분당하기 전인 2017년 8월 전당대회 때도 유력 당 대표 후보로 꼽혔지만,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며 고배를 마셨다.

정치권에서는 올드보이의 소환을 요구하는 배경으로 불안한 당 상황 등을 꼽는다. 특히 야권에서는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 패배 등을 거치며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만한 이들이 2선 후퇴를 하며 인물난이 극심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당을 장악하는 동시에 영향력이 있는 인사를 찾다 보니 올드보이 이름이 자꾸 언급되고 있다"며 "참신성이 부족한 만큼 환골탈태를 선언한 정당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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