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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BK21이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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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처럼 대학 간 경쟁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 과정에서 커다란 잡음이 없었던 것은 다행이다. 1단계 BK21 사업 때 일부 대학이 참가를 거부하는 등 극심한 반대 투쟁을 주도하고, 심지어 교수 시위까지 벌어졌던 상황과 대비된다. 그 이유는 1단계 사업에선 소위 일류대학에 지원이 집중된 것과 달리 2단계 사업에선 문호를 크게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선 총 74개 대학이 크고 작은 규모로 지원받게 됐다. 전체 사업 규모가 커졌음에도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지원되는 절대액수는 오히려 줄어 소위 일류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또 지역 우수대학원 육성사업을 신설해 비(非)수도권 대학에 대한 지원이 확대됐다.

이같이 대학들에 대한 지원이 다변화됐다는 점 이외에 2단계 사업은 1단계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대학 내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교수별 평가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한 점이다. 따라서 연구하지 않는 교수들이 좋은 대학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임승차'하는 관행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둘째는 대학 개혁을 위로부터 획일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밑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추진하도록 유도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1단계 사업에서는 입시제도 개선을 획일적으로 요구했지만 2단계 사업에선 각 사업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도 개혁을 제시하게 하고 이를 선정 과정에서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즉 각 사업단의 자율성을 보장해 실정에 맞는 개혁을 스스로 찾게 만든 것이다.

셋째로는 학문 분야별로 평가 잣대를 달리해 각 학문 분야의 특성을 살렸다는 점이다. 1단계 사업에서는 학술 논문을 일률적인 평가 잣대로 삼아 대학에서 발표되는 논문의 숫자가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산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이 중요한 응용과학에선 실용적인 연구가 경시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런 지적에 따라 2단계에선 기초과학에서는 논문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았지만 응용과학에선 산업체와의 협력 부분을 매우 강화했다.

이처럼 2단계 사업은 1단계에 비해 개선된 점이 많다. 그러나 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선정 때의 이런 의도가 유지되느냐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선정된 사업단(팀)의 안이한 자세를 막기 위해선 중간평가를 강화하고, 실적이 부진한 사업단은 과감히 교체하는 결단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이번에 탈락한 연구팀은 다음 기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고, 선정된 사업단은 긴장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한국이 지식기반사회의 무한경쟁체제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 육성을 통해 능력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속적이고 엄정한 사후관리를 통해 BK21 사업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오세정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