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참사로 딸 잃은 어머니 불공 드리다 태풍에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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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로 두 딸을 잃은 40대 어머니가 딸들의 영혼을 달래는 불공을 드리다 산사태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태풍 '매미'가 남해안을 강타한 지난 12일 오후 10시10분쯤 경남 창녕군 창녕읍 송현리 도성암 요사채에서 김춘현(49.여.대구시 동구 불로동)씨와 다른 신도 신현숙(63.여.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씨가 숨졌다.

金씨는 지난 2월 큰딸의 졸업식에 가던 두 딸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잃은 뒤 추석을 맞아 불공을 드리기 위해 사찰을 찾았었다.

이들은 시간당 90㎜의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진 이날 저녁 창녕 화왕산 기슭의 도성암에서 불공을 마친 뒤 잠자리에 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요사채 우측에 있던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산사태가 발생, 요사채가 흙더미에 깔리고 계곡물에 휩쓸린 것이다.

金씨의 사망으로 불과 7개월 사이에 모녀 3명이 어이없는 참사에 희생된 것이다.

金씨의 남편(55)은 "뜻밖의 사고로 잇따라 변을 당해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하늘나라에서도 모녀가 만나 행복하게 지내길 빌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창녕=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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