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 수송기(C-130H)가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하는 우리 방북단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다. 3일 오전 11시 10분경 평양 순안공항에는 방북단 101명이 군 수송기에서 내려 원길우 북한 체육상 부상 등의 마중을 받았다.
원 부상 등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왜 수송기를 타고 온 겁니까”“수송기는 원래 짐을 싣는 건데”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측은 민간항공기 이용을 검토했으나 섭외 등 시일이 촉박해 군용기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수송기 안에는 평소 훈련 시 쓰는 그물형 좌석 대신 빨간색 좌석으로 교체돼 있었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대북 항공 제재를 고려한 결정이 아니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은 북한에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의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군 수송기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5년 만에 열리는 남북통일농구 대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에 따라 개최됐다.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경평축구 부활’을 언급하자 김 위원장이 “농구부터 하자”고 역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남북은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해 오는 10일까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여자 농구 등 3개 종목 단일팀 엔트리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남북통일농구대회는 북한 농구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는 4일 남북 선수 혼합 경기, 5일 남북팀 간 친선경기 등 총 4차례 진행된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