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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냐" 묻자 울컥한 가장…"당신 행복 하나면 충분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NGO 홀로하 임민택 대표가 '행복거울스티커'를 붙인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7년간 50여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실행한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해야 우리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NGO 홀로하 임민택 대표가 '행복거울스티커'를 붙인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7년간 50여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실행한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해야 우리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2일, 그가 건넨 명함은 특별했다. 자신의 이름부터 부각하기 나름인 명함에 대뜸 기자 이름 세 자를 흰 펜으로 적어넣었다. 명함을 받아들고보니 기존에 인쇄돼있던 문구와 합쳐져 ‘[노진호] 당신 하나면 충분합니다’란 문장이 쓰여있었다.

NGO '홀로하'의 임민택(48) 대표는 이렇듯 개개인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리는 데 갖은 노력을 쏟는다. 2011년 홀로하를 설립한 그는 ‘문화를 통해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50여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때로는 무연고 노인을, 때로는 소아암 환자들을 돕고,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는 유소년 축구대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후원금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홀로하(holoha)는 희망(hope)을 사랑(love)으로 전해 사람들을 행복하게(happiness) 하자는 뜻. 임 대표는 “중학교 시절 책을 몰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어린 마음에 ‘아무리 성공해도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결론에 다다랐다”며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돕는 일이 내게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임민택 대표가 건넨 명함. 자신의 이름은 명함 뒤편에 적혀 있다.

임민택 대표가 건넨 명함. 자신의 이름은 명함 뒤편에 적혀 있다.

"모두가 소중한 존재, 그 당연한 걸 우리는 모르고 있다"

그는 현재 자체 기획한 인성 진로 프로그램인 ‘내가 행복한 교실’을 완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행복을 미루는 잘못된 성공관이 높은 자살률 등 불행한 현실을 만든다는 생각 아래 구상했다. 이 프로그램은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매일 보는 거울에 응원 문구를 적어 넣는 행복 거울스티커, 내가 듣고 싶은 한마디를 적으며 내 행복을 찾는 행복 위로엽서, 문 손잡이마다 ‘행복을 당기세요’, ‘걱정을 미세요’ 등 스티커를 붙이도록 한 행복 밀당스티커도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발했다. 행복 밀당스티커는 교회ㆍ학교ㆍ식당ㆍ기숙사 등 다양한 장소에 보급되고 있다.

행복챌린지툴도 임 대표가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응원 메시지를 말하고 랩에 둘러싸인 사각틀을 얼굴로 뚫어 웃음을 전한다. 임 대표는 "행복챌린지 툴 이벤트 때 한 40대 남성이 와서 참여하고 싶어하길래 ‘당신은 언제 행복하나요’ 물었더니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더라"며 "나에게 '그러고 보니 아내와 아이의 행복은 알겠는데 제 행복은 몰랐던 것 같네요. 알게 해줘 고맙습니다'하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짧은 물음을 던진 것에 불과했지만 본인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행복챌린지틀을 들고 사진을 찍은 임민택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행복챌린지틀을 들고 사진을 찍은 임민택 대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계속된 실패에 극단적 선택도…불행엔 바닥이 없더라

항상 긍정적인 그지만, 그만큼 지독한 실패를 겪은 이도 없다. 임 대표는 “1997년 잘 나가는 IT 벤처의 CEO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로부터 그 당시에 수십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며 “그런데 사업이 실패로 끝나면서 어느덧 ‘나쁜 사업가’, ‘빚쟁이’라는 이름만 남았더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후 빚 청산을 위해 2번의 사업을 더 벌였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불행의 밑바닥에 있는 줄 알았는데 불행에는 바닥이 없었다”던 임 대표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여자친구(현재 아내)의 신고로 겨우 목숨을 건졌고, 이후 직장 생활과 봉사활동을 이어가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당시의 실패를 임 대표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를 잘 하기 위해 영업·기획·마케팅을 배웠던 시기"라고 말했다. 현재 임 대표는 CEO시절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업 컨설팅, 사회공헌 사업, 강연 등과 함께 대리 기사까지 하며 프로젝트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행복밀당스티커. 출입문에 스티커를 붙여,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단어는 당기고, 부정적 단어는 밀도록 했다.

행복밀당스티커. 출입문에 스티커를 붙여,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단어는 당기고, 부정적 단어는 밀도록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인성이 바탕된 진로 교육을 통해 자살률을 1%라도 낮추는 게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지금은 수능이 어떻고 내신이 어떻고 이런 얘기만 주로 하는데 언젠가 뉴스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교육 제도를 이렇게 바꿨습니다’란 얘기를 하는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계속 힘을 낼 생각입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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