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기획] 반팔 입고 활강 … 꿈 같은 여름 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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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펼쳐지는 초봄의 신록을 바라보며 반소매 차림으로 스키를….'

꿈같은 얘기로 들리지만 일본 야마가타(山形)현에서라면 가능하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여름 스키장이 야마가타현 갓산(月山)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겨울에 일본 스키장을 찾는 한국 스키어들이 많이 늘었지만 봄을 지나 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는 이곳은 비교적 덜 알려진 편이다.

◆ 눈 너무 내려 겨울철엔 오히려 폐장

갓산은 해발 1984m로 3000m급 고산이 즐비한 일본에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동해에서 급경사를 타고 솟아 오른 지형적 특성 때문에 겨울에 적설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4월 초 스키장 일대의 적설량은 10m를 훌쩍 넘는다. 사실 갓산 스키장이 봄에 개장하는 것도 겨울철에는 이 엄청난 눈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스키장이 위치한 니시카와마치(西川町)의 구로타 노리오는 "4월 10일 개장일에 맞춰 리프트 주위의 눈을 치우고 길을 여는 데만 중장비와 수십 명의 인력을 동원했고 1억여원의 예산이 들었다"고 말했다.

갓산 스키장은 일본의 스키.스노보드 매니어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소다. 5~6월의 주말에는 반소매 차림으로 스키를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붐비는 등 매년 수십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 4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운영

봄에서 여름까지만 문을 여는 이곳에는 인공 시설이 거의 없다. 2인용 리프트 1기와 몇 개의 간이 T-바 리프트가 있을 뿐이어서 고속 리프트나 곤돌라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불편해 보인다.

그러나 리프트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인공 시설물이 적은 게 오히려 장점이 된다. 탁 트인 전망은 주변의 연봉은 물론 야마가타 분지를 지나 멀리 자오(藏王) 스키장 지역까지 시원스레 이어진다. 슬로프를 다듬어 둔 보통 스키장과 달리 산 한쪽 면 전체가 스키장인 것도 이채롭다. 한마디로 대자연 속에 그대로 던져진 느낌이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거대한 규모와 훌륭한 시설로 유명한 자오 등 인근의 대형 스키 리조트들 사이에서 갓산 스키장이 인기를 유지해 온 비결이다.

슬로프의 구분은 언덕과 경사 등 자연 지형에 따라 이뤄질 뿐이다. 익숙지 않은 관광객은 스키장이 제공하는 안내도와 위험지역 표시를 잘 살펴야 할 정도다. 넉넉하게 쌓인 자연설인 만큼 활주 감각도 훌륭하다.

갓산 스키장은 보통 7월 중순까지 문을 연다. 그러나 이곳의 명물인 너도밤나무 숲의 신록이 돋아나는 5월 초부터 6월 중순까지가 좋은 눈과 훌륭한 전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성수기다.

◆ 래프팅.번지점프.온천 … 레저 명소 많아

보통 스키장이 겨울에만 개장해 스키.온천 외에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데 반해 관광지들이 활기를 띠는 봄과 여름에 걸쳐 문을 여는 갓산 스키장은 함께 둘러볼 곳이 많다.

야마가타시 인근의 야마테라(山寺)도 그중의 한 곳이다. 일본 천태종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한 곳으로 서기 860년에 세워진 유서깊은 곳이다.

갓산 자체가 일본 불교의 한 종파가 성지로 여긴다는 데와산잔(出羽三山)의 하나다. 갓산.하구로산.유도노산 등으로 이뤄진 데와산잔 일대는 등산.낚시.래프팅.트레킹.번지점프 등 각종 레저 활동의 명소이기도 하다.

또 야마가타현은 일본 최대의 체리 산지이기도 해서 6월에는 주산지인 사가에(寒河江)시 일대에서 축제가 열리는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야마가타현은 현 내 47개의 도시와 마을마다 모두 온천이 있다. 개발된 지 1000년이 넘는 온천도 있지만 시즈(志津) 지역처럼 불과 10여 년전에 온천이 발견된 곳도 있다.

야마가타(일본)=이승녕 기자

*** 여행정보

인천공항에서 약 2시간 걸리는 센다이 공항까지 날아간 뒤 버스 등을 이용해 갓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스키 장비는 빌릴 수 있지만 의류.장비 등은 직접 가져가는 게 낫다. 날씨와 시기에 따라 슬로프 사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스키장 측의 안내를 잘 따라야 한다.

야마가타현은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갓산 스키장과 인근 주요 관광지에 우리말 가이드를 두거나 안내문을 정비했다. 또 5월 13일에 올해로 48회를 맞는 갓산스키대회를 열면서 한국인 관광객만을 위한 스키대회를 함께 개최할 예정이기도 하다. 항공권.숙박권 등 상품을 내걸고 오후에는 시상식을 겸한 양국 교류회까지 준비하고 있다. 국내 여행사들이 이 스키대회 참가를 포함한 3박4일 상품을 60만~6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야마가타현 서울사무소(02-725-9074~5)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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