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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맨’ 마이클 델, 5년 만에 월가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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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마이클 델.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클 델. [로이터=연합뉴스]

뉴욕 월가의 단기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자신이 창업한 PC 제조업체 델을 자진해서 상장 폐지한 마이클 델(53·사진) 최고경영자(CEO)가 5년 만에 월가로 돌아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델 CEO가 회사를 재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2013년 주주 간섭에 셀프 상장폐지 #CEO 지분가치 10배 … 재상장 추진

델 CEO는 2013년 PC 시장 침체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주주의 간섭이 심해지자 회사 성장에 필요한 중장기 사업전략을 세우겠다며 비상장 회사로 전환했다. 델은 2006년 휼렛패커드(HP)에 세계 PC 시장 1위를 내준데 이어 레노버에도 밀려 3위를 내려앉았다. 2013년 2분기는 이익이 72%나 급락하면서 주주의 압박이 더욱 거세졌다.

당시 델 인수전에는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도 뛰어들었으나, 델 CEO는 사모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와 손잡고 회사를 250억 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델 매출액은 570억 달러(약 27조원)로, 기업 역사상 상장 기업이 비상장으로 전환한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회사를 사들인 델 CEO는 본격적으로 기업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가상화 소프트웨어업체 VM웨어 지분을 인수하고, 클라우드 업체 EMC 매입을 통해 PC 중심의 매출 구조를 모바일과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넓혔다. 블룸버그통신은 “5년 새 델은 이전과 다른 회사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주식 시장 강세가 이어지는 데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면서 재상장을 추진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보완책도 마련했다. 2013년 당시 델 CEO 지분은 15%였는데, 이번 재상장 이후 47~54%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추산한 델의 기업가치 611억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델 CEO의 지분가치는 330억 달러(약 35조원)에 이른다. 2013년 상장 폐지 당시 지분가치(약 37억 달러)의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델 CEO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상위권으로 훌쩍 뛰어오를 전망이다. ‘2018년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 38위(자산 규모 221억 달러)에서 22~23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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