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MS에 도전"…토종 SW기업 티맥스의 칠전팔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MS에 승산 있다"…박학래 티맥스오에스 대표 인터뷰 

1997년에 설립된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인 티맥스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가 90%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PC 운영체제(OS) 시장에 꾸준히 도전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늘 좋지 못했다. 티맥스가 2009년 '한국판 윈도'를 표방하며 개발한 '티맥스 윈도'는 정식 출시도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2016년 공개한 '티맥스OS' 베타 버전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싸늘했다.

박학래 티맥스오에스 대표는 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어의 장벽이 없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성능만 좋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 번 붙어볼만하다는 도전 의식이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깔려있다"고 설명했다.[사진 티맥스]

박학래 티맥스오에스 대표는 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언어의 장벽이 없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성능만 좋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 번 붙어볼만하다는 도전 의식이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깔려있다"고 설명했다.[사진 티맥스]

2년간 절치부심한 티맥스가 3일 '티맥스OS'를 선보였다. 운영체제를 개발한 티맥스의 계열사 티맥스오에스의 박학래 대표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윈도의 반값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공공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997년부터 PC 운영체제 개발 #잇단 실패에도 또 '티맥스OS' 출시 #"윈도 반값으로 국내 공공시장 공략" #클라우드 서비스도 'IT 공룡'에 도전장 #"SW는 성능만 좋으면 글로벌 경쟁력"

박 대표는 간담회 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들이 PC 한 대당 윈도 사용료로 연간 30만원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지불하고 있다"며 "티맥스OS는 윈도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보안성, 편리함을 장점으로 내세운다"고 강조했다. LG데이콤·LG유플러스 등을 거쳐 2011년에 티맥스에 조인한 박 대표는 통신·소프트웨어 분야 마케팅 전문가다.

3일 공개한 티맥스OS 바탕화면에서 다수의 프로그램을 실행한 모습. [티맥스]

3일 공개한 티맥스OS 바탕화면에서 다수의 프로그램을 실행한 모습. [티맥스]

이날 공개된 티맥스OS는 윈도와 거의 유사한 사용자 환경을 구현하고 있었다. 티맥스OS에는 티맥스가 자체 개발한 티맥스오피스(문서 프로그램)·투게이트(웹브라우저) 등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호환성이 높아서 기존 윈도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들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티맥스는 이날 새 클라우드 플랫폼 '프로존'을 공개하는 등 클라우드 시장 진출 계획도 밝혔다. 2021년까지 강원도 춘천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완공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점령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토종 기업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언어의 장벽이 없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성능만 좋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 번 붙어볼 만하다는 도전 의식이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깔려있다"며 "그중에서도 운영체제는 우리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핵심 경쟁력과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맥스OS는 국방·교육·공공 기관을 공략하기 위해 우선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굿소프트웨어(GS) 인증 1등급을 받았다. 공공기관들이 윈도와 MS오피스 대신 티맥스OS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지난 30년간 윈도에선 보안상 취약점이 많이 발견됐는데 이런 부분을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윈도와의 호환성을 더 높인 다음 B2C(기업대 소비자간 거래) 시장으로 진출하고 중국어 버전도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티맥스가 글로벌 IT 기업들에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공들이는 부분 중 하나가 인재 영입이다. 현재 티맥스에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800명, 이중 운영체제 개발에만 매진하는 연구원이 350명이다. 지난 2년간 400명의 신입 직원을 뽑았으며 다음달까지 1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개발자들에게 대기업 이상의 처우와 스톡옵션·사택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박 대표는 "연구원만 9000명이 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면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아지면 지금보다도 더 훌륭한 국내외 인재들을 데려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