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주세종(아산)이 러시아 월드컵 뒷 이야기를 밝혔다. 독일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공격에 가담한 상대 골키퍼 노이어의 볼을 빼앗아 독일 골대 방면으로 길게 찬 볼이 슈팅이 아니라 패스였다고 밝힐 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주세종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축구연맹 미디어데이에서 이용(전북), 문선민(인천), 윤영선(성남) 등과 함께 K리그 소속 축구대표팀 멤버로 참석했다. “국민 여러분들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한 건 아쉽다”고 밝힌 주세종은 “그래도 마지막에 국민 여러분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주세종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멕시코전 선발 출장, 독일전 교체 출장으로 두 경기를 경험했다.
특유의 많이 뛰고 궂은 일을 도맡는 성실한 플레이스타일이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인정 받은 결과였다.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 시간에 손흥민(토트넘)의 골을 어시스트해 한국 승리에 쐐기를 박은 주세종은 “(손)흥민이 조차도 ‘슈팅이었던 것 같다. 나 아니면 못 잡았을 것’이라며 농담했지만, 나는 당연히 패스를 한 것”이라며 “흥민이를 보며 찼고, (흥민이가) 잘 찾아먹었다. 기분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엔트리 발탁 직전에 어머니께서 잠을 잘 못 이룰 정도로 힘들어하셨다. 언론에서도 ‘당연히 주세종이 못 갈 것’이라 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가든 못 가든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기회를 얻었고,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경기도 뛰었다. 많은 것을 느낀 대회였다”고 그간의 과정을 회상했다. 다음은 주세종 일문일답.
- 월드컵을 마친 소감은. K리그에 다시 나서는 각오는.
“월드컵에서 국민 여러분들께서 원한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선수들이나 국민 여러분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경기를 보여드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 부분은 만족스럽다. 이제 K리그가 다시 시작된다. 많이 찾아주셔서 응원해주시면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
- 독일전에서 손흥민에게 길게 넘겨준 볼은 슈팅이었나 패스였나?
“다들 한 번 씩 다 물어본다. (손)흥민이조차도 ‘슈팅인 것 같다. 나 아니면 못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당연히 패스를 한 것이다. 흥민이를 보고 찼고, 흥민이가 잘 찾아먹었다.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 필드에서 상대 골키퍼의 공을 뺏아 패스하는 건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축구선수들 중에서 은퇴할 때까지, 하프라인에서 상대 골키퍼 공을 빼앗아 어시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얻기 힘들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뜻깊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 대표팀 발탁 당시 어땠는지?
“최종 엔트리 결정을 앞두고 대표팀이 모였을 때, 어머니께서 많이 힘들어하셨다. 잠도 잘 못 주무셨다. 언론에서도 ‘당연히 주세종이 못 갈 것’이라 했다. 개인적으로는 가든 못 가든, 주어진 기회이기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기회를 주셨고, 월드컵까지 갔다. 경기도 뛰었다. 기분 좋고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월드컵이다.”
- 러시아 현지 날씨가 경기의 변수였다는데.
“습도가 높지 않아서 밖에 앉아 있으면 우리나라 여름 정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경기에 뛰다 보면, 현기증이 난다. 누워 있다가 바로 일어나면 현기증이 나지 않나. 그 현기증을 여러 차례 느껴졌다. 관중도 워낙 많았다. 무덥다 보니 호흡이 많이 불편했던 것 같다.”
- 이번 월드컵 자랑거리를 꼽자면.
“독일전 승리로 선수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감동하셨을 것 가다. (월드컵 무대에서) 손흥민의 골을 어시스트한 건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 월드컵 열기를 K리그로 이어가려면.
“가장 중요한 건 경기력이라 생각한다. 좋은 경기를 해야 팬들도 찾아오실 것이다. 구단들도 투자를 늘려서 우리도 좋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길 바란다. 경기력이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 우승 경쟁이 치열해지면 팬들도 많이 찾아오실 것이다. 홍보와 마케팅도 함께 노력한다면 팬들이 더 많이 오시지 않을까.”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