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방송 진행에 문제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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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YMCA TV 모니터 클럽은 16∼20일 KBS 제 1, 제 2TV 및 MBC TV의 올림픽 관계 방송에 대한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첫째, 문제점으로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지레 감격하고 흥분해서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이 영광스럽고 자랑스럽다』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완벽하다』 등 최상급의 감탄을 연발하는 태도가 지적됐다.
둘째는 진행자들의 영어남발 및 서구식 몸짓이 거부감을 준다는 것이다. 리포터로 개그맨 등 인기인들만 기용하지 말고 좀더 바른 언어와 예절을 갖춘 리포터가 미리 충분하게 준비해 성의 있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셋째 『금메달을 딴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좋다』 는 식의 상투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질문으로 맥빠진 대답을 초래하고 있다.
넷째, 영어자막으로만 처리해서 영어를 모르는 많은 시청자들을 무시하는가하면 패배한 선수를 격려하는 대신 슬픔과 고독만 강조하는 등의 사려 깊지 못한 보도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섯째, 3개 채널이 모두 전체뉴스의 80% 이상을 올림픽 보도에만 할애하여 일반 시청자들은 그 밖의 뉴스를 알 수 없다. 뉴스시간에는 일반적인 뉴스를 전하고 올림픽 소식을 따로 묶어서 보도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여섯째, 한국인들의 관전태도 등을 칭찬할 때 외국이나 외국언론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자족하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일곱째, 1만명이 넘는 선수들 가운데 일부의 특이한 머리모양이나 옷차림을 「올림픽 패션」 이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시합 전 외국선수들의 노출된 신체부위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등 눈요기 식 영상처리는 거부감을 준다.
여덟째, 올림픽기간 동안 어린이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의 정규방송이 없어져 어린이나 일반 시청자들의 실망이 크므로 채널 하나만이라도 정규방송에 할애하여 일반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를 해야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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