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헝가리」첫 "예술합작"|종합무용 음악극 『노스토이』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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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KBS와 헝가리 국영방송M-TV공동제작인 『노스토이(회귀)-불의 아해들』이 22∼25일 4일간 창경궁에서 공연된다
홍가이씨(39) 원작을 토대로 헝가리의 세계적 감독「미클로스·얀초」(67)가 총 연출을 맡아 새롭게 복원된 고궁 창경궁 명정전 앞 2백평 규모의 무대에서 펼쳐질 『노스토이』는 우리에겐 낯선 「종합무용 음악극」이란 총체극 형식을 취한다.
출연자들이 일상복 차림으로 열린 무대에서 연습하고 있다가 사물놀이 장단을 신호로 차례로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들어간다. 이어 『아리랑』 등 한국민요와 헝가리 민요를 관중과 함께 합창하며 춤을 춘다.
관중과 출연진이 함께 어우러지는 일련의 서막 무브먼트가 끝나면 코러스와 광대가 등장, 프롤로그로 작품의 성격을 알린다.
『이 연극 속의 역사는 과거사실 그대로의 역사도, 현재의 역사도 아닌 아득한 옛 신화 속의 역사…. 신들마저도 역사라는 무한히 길게 짜여진 피륙의 일부일 뿐이네. 신들의 장난감인 것을 견뎌내지 못하는 인간들…. 한 집단의 역사가 그들의 역사에만 한정될 때 화합은 불가능, 오직 포괄적이고 전체적으로 씌어진 역사만이 희망의 근원이다. 우리의 공연은 바로 이러한 인류역사에 대한 알레고리, 상징적 암시.』
프롤로그대로 이 작품은 까마득한 신들의 시대로부터 첨단문명시대인 미래까지 포괄하는 인류문명발전사의 테마에 대한 다양한 형식의 변주라 할 수 있다.
첨단과학문명을 누릴 수 있는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랑이 없어 반목과 대치 속에 살다 마침내 공멸하고 만다는 비관론적 인류사는 주신인 하느님, 악의 신이며 불의 신 「푸아」, 정의와 지식의 신「도샤」, 사랑의 여신「아샤」등과 이 신들의 대리인들, 여자무당 「요한나」, 「요한나」와 「도샤」사이에 태어난 반신반인 「파우스트」, 그리고 9명의 광대 등의 대사·춤·노래 등과 코러스, 진행자에 의한 시적인 내용설명에 의해 변주된다.
「도샤」(서양의 상징)와 「아샤」(아시아의 상징)는 신들의 세계로부터 인간을 위해 불을 훔쳐주고 그 형벌로 「도샤」는 금강산 계곡에 못 박혀 독수리에게 영겁으로 쪼이고 「아샤」는 먼 곳에 떨어져 얼어붙은 채 영원히 잠든다.
이때부터 지식과 사랑은 떨어져 서로 다른 세계 끝에 존재하게 된다. 다음은 인간들의 세계.
「파우스트」는 「도샤」와 여자무당 「요한나」사이에서 태어난 인간세계의 지배자다. 「파우스트」는 지식의 신 「도사」와 사랑의 신 「아샤」를 구출, 하나되게 해 세계의 평화를 얻으려하나 불의 신 「프아」만을 찬양하는 인간들의 광란으로 인해 세계는 화염에 휩싸이고 만다는 것이 이 작품의 기둥 줄거리다.
『「노스토이」의 형식에 대해 무어라 이름 붙여 부르지 마십시오. 이것은 아이들의 놀이일 뿐입니다. 잘 들여다보면 예술과 철학의 무게도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 그 자체일 뿐이예요.』
총 연출자 「얀초」의 말대로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유행가나 쿵푸 춤들이 수시로 나오면서 싸우고 노는 『노스토이』는 얼른 보면 아이들의 놀이 그대로일 뿐이다.
『휴전선이야말로 전인류 갈등의 현장이요, 상징적 기호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갈등과 대립을 극복, 하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집단적 반성의 제의인 「노스토이」의 테마에 걸맞게 공연무대도 휴전선을 택하려 했습니다.』
원작자 홍가이씨는 작품의 주제와 배경에 걸맞게 공연장소로 휴전선을 택했으나 여의치 않자 한국적 분위기를 원한 「얀초」의 뜻대로 창경궁 명정전을 택하게 됐다.
4시간 가량의 이 공연은 무대에 올려진 뒤 4시간 짜리 4부작 TV영화로도 제작돼 KBS-TV와 헝가리 M-TV에 의해 양국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서울올림픽공식문화예술축전의 일환으로 한국인 원작자와 헝가리인 감독에 의해 무대에 올려지고 영화화되는 『노스토이』는 장르를 초월한 순수 창작예술이란 점과 이념을 초월한 한-헝가리의 최초합작예술이란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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