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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미래를 사는 것, 이해 못하면 투자해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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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브록 피어스 비트코인재단 이사는 2014년 사토시 나카모토(비트코인 창시자)를 만난 후 암호화폐 투자를 확신했다고 주장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피어스의 자산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중앙포토]

브록 피어스 비트코인재단 이사는 2014년 사토시 나카모토(비트코인 창시자)를 만난 후 암호화폐 투자를 확신했다고 주장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피어스의 자산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중앙포토]

2017년 9월,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했다. 땅은 폐허로 변했고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령 자치주인 푸에르토리코 지방 정부는 이미 1230억 달러(약 139조원)의 빚을 갚지 못해 미 연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상태였다. 다들 폐허의 땅을 등졌다.

브록 피어스 비트코인재단 이사 #블록체인의 강점은 강력한 보안 #쉽게 뚫리는 인터넷 5년 내 대체 #비트코인 탄생 후 겨우 10년 지나 #가격 더 떨어져 ‘0’ 될 수 있지만 #100만 달러로 오르지 말란 법 없어 #암호화폐는 사기라고 말한 JP모건 #가장 많은 돈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

그런데 지난겨울부터 일군의 무리가 이 땅을 찾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큰 부를 일군 이들이다. 이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치가 지난해 폭등하면서 수십억 달러를 세금으로 토해내야 했다. 그럴 바에는 적극적인 면세 정책을 펼치는 푸에르토리코 같은 곳에서 탈중앙화(Decentralized)라는 블록체인 정신을 구현하는 도시를 건설해 보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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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록 피어스(38) 비트코인재단 이사도 지난해 12월 이른바 ‘푸에르토피아(푸에르토리코+유토피아)’의 건설을 꿈꾸며 그곳으로 이사했다. 그는 여러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통해 꿈을 실현해 나간 이상주의자다. 스마트계약을 도입한 2세대 블록체인 이더리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한 3세대 블록체인 이오스 등 150여 개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현재는 DNA라는 펀드를 조성,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역삼동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블록체인 오픈 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왜 푸에르토리코인가.
“세금 이슈가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돈은 제일 큰 관심사가 아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두뇌 유출이 심각하다. 사회가 생존하려면 지식·인간·금융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리더라는 사람들이 이곳을 등진다. 희망이 없어서다. 공과 대학 인재들은 모두 나사(NASA)·구글·페이스북 등 나라 밖 회사들이 데려간다. 푸에르토리코의 어린 세대가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앞서 5년 내 블록체인이 인터넷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그렇게 믿는가?
“그렇다. 사실 대체(replace)라기보다는 업그레이드(upgrade)라고 표현하는 게 낫겠다. 인터넷은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 해커들이나 악의적인 집단들이 이런 약점을 공격한다. 블록체인은 보안이 강하다. 안전한 네트워크 환경을 원한다면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만들어야 한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탄생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10년 ‘밖에’ 안 됐다. 인터넷이 언제 나왔나(※인터넷은 미국에서 1960년대 군사적 목적으로 처음 개발됐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생활에서 쓰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이후다. 30~40년이 걸렸다. 블록체인은 이제 ‘겨우’ 10년 됐다. 첫 번째 10년은 실험 단계였다. 초기 블록체인(비트코인)은 금융 부문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가치가 있는 걸 안전하게 전송하는데 사람들은 그 정도 수수료는 아까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존에 접속해 페이지를 바꿀 때마다 수수료를 낸다면 누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겠나. 블록체인이 인터넷처럼 기능하려면 수수료가 없어야 한다. 3세대 블록체인은 확장성(scalability) 문제를 해결해 초당 수백만 건의 거래를 처리한다. 수수료가 거의 무료다. 이런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페이스북을 생각해 보라. 모든 데이터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고, 광고 수익을 회사(페이스북)가 아니라 사용자와 커뮤니티가 온전히 챙길 수 있다.”
2만 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600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일부 투자자들의 손실이 너무 크다.
“비트코인 투자 원칙이 있다. 잃어서는 안 되는 돈을 투자하면 안 된다.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너무 크다.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면, 그건 금융상품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당신이 이해 못 하는 그 어떤 자산에도 투자해서는 안 된다.”
비트코인 가격 전망을 해 달라.
“비트코인 가격은 0이 되거나 혹은 100만 달러가 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이 마이스페이스가 될지 페이스북이 될지 모른다(※마이스페이스는 2003년 나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으로 한때 가입자가 2억 명에 이르렀지만, 페이스북에 밀려 사라졌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커뮤니티의 합의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 커뮤니티가 속한 정부가 비트코인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사라지는 것 아니냐?
“되묻겠다. 과연 어떤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왜 금이 5000년 동안 인류의 사랑을 받았을까. 지금의 화폐 시스템은 50년간의 실험일 뿐이다. (지금과 같은) 금융 시스템은 100년도 안 됐다. 남미 국가의 경제는 평균 7년마다 망한다. 짐바브웨 달러를 봐라. 대안 화폐가 있다면 사람들은 그걸 찾지 않을까.”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그들(JP모건과 같은 월가의 은행들)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그는 (은행의 대표로서 주주들에 대해)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JP모건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는 은행이다.”
한국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하지만, 암호화폐 거래나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모집(ICO·Initial Coin Offering)은 금지한다는 입장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정부는 규제기관이다. 정부가 할 일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것이 생겨나면, 이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1990년대 인터넷이 도입될 때에도 그랬다.”

◆브록 피어스

아역 배우 출신 사업가다. 17세였던 1999년 유튜브와 비슷한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Digital Entertainment Network·DEN)’를 공동 창업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고 2013년 블록체인 캐피탈을 공동 설립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암호화폐 부자’ 9위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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