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과 말은 달라도 "우리는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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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종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우리」가 되는 「화합」의 올림픽은 외국관광객 민박가정에서부터 되어가고 있다.
의류제조업을 하는 김대열씨(34·서울 가락동 현대아파트) 집에 민박한 포르투갈인 엔지니어 「페스타냐」씨(51·남아공거주) 부부의 한국여행은 실수로 시작됐다.
지난 14일 김씨 집에 도착해 신을 신은 채 방안으로 성큼 들어선 것이 그 첫 번째 실수.
김씨 부부의 당황하는 모습에 무척 민망해하던 이 부부는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난 다음날은 외출을 하면서 현관바깥으로 신발을 들고 나가 신었다.
인종과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면서 지구의 양쪽에 살아온 두 부부는 금세 친해졌다. 유창하지는 못하지만 서로가 영어로 전달하지 못하는 말이 없어 졌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는 두 가족을 하나로 묶어 놓았다.
『부부침실을 손님에게 내주는 주인부부에게서 「화합」은 남을 먼저 위할 줄 아는 데서부터 출발돼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는 「페스타냐」씨는 『남아공으로 돌아가면 「인류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차별 받는 그들(흑인)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이라는 말 외에 더 할말이 없는 올림픽이었다』는 그는 모스크바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64년 동경 올림픽부터 빼놓지 않고 올림픽 대회를 찾아다닌 올림픽 가족이기도 하다.
이들은 또 그 동안 사들인 올림픽 배지 등 기념품과 숟가락 등 부엌살림·가죽 옷 등을 펼쳐 보이며 『값도 싸고 질이 좋은 게 오히려 갖고 들어온 여행비 1만 달러를 갉아먹는 주범』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유쾌하게 웃어댔다.
언어소통이 수월하지 않은 게 해외여행의 가장 큰 어려움이지만 그래도 『손짓 발짓이 세계 최고의 공통언어』라는 남편의 말에 부인도 『오히려 말이 서로 통하지 않아 손짓·발짓까지 해서 길을 가르쳐주는 한국인에게서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친밀감을 느꼈다』고 맞장구 친다.
「페스타냐」씨 부부처럼 올림픽을 참관하고 한국을 알겠다는 민박희망 외국인은 31개국에서 5백28명이나 됐다. 미·일·호주·영국 등에서 특히 많다. 20일 현재 3백34가구를 알선, 1인1식에 25달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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