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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오페라 '마술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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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모차르트의 오페라'마술피리'를 관통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티 없이 맑은 눈망울을 지닌 어린이의 모습이다. 사라스트로의 성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는 것도,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도 세 소년이다. 피리를 불면 동물들이 등장하고, 동화 같은 줄거리에 천진난만한 모차르트 음악까지 가세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물론 어린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2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1805석) 무대에 오른 '마술피리'(연출 조성진)는 무대 미술이나 의상.연기 모든 면에서 어린이 세상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증에 걸린 게 아닌가 싶다. 여러 개의 무대막을 사용하다 보니 그때마다 무대는 암흑 천지로 바뀌었다. 물방울 무늬의 영상에 색깔 입힌 조명을 쏘는 것으로 텅 빈 무대를 채우기도 했다. 객석에도 어린이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어린이를 위한 마술피리'는 낮시간을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따로 마련해야 옳다. 지방 문예회관의 순회공연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무대 세트는 간이 스크린으로 대신했다. 회전 무대를 활용했더라면 무대 전환도 빨라지고 입체감도 살리지 않았을까. 무작정 외국산 무대를 수입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매다는 가벼운 구조물 몇 개로 텅 빈 무대를 채운다면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관객에게 실망감을 줄지도 모른다.

아쉬움을 달래준 것은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성악가들의 눈부신 연기와 노래였다. 사라스트로 역을 맡은 베이스 전승현과 임철민은 공연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머지 배역은 둘째 날이 훨씬 나았다. 특히 라이프치히 오퍼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인 테너 김승현(타미노 역)은 화려한 음색으로 왕자다운 기품을 자아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공연은 30일까지. 노래는 독일어(한글 자막)로 대사는 우리말로 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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