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2시까지 기다려…드루킹 특검팀의 '유화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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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특검에 소환된 '드루킹' 김동원씨. [뉴스1]

지난 28일 특검에 소환된 '드루킹' 김동원씨. [뉴스1]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가 특검 수사에 협조적으로 임하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28일 소환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자발적으로 사건의 개요와 흐름에 대해 설명한 것은 물론 향후에도 적극 진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예상보다 드루킹의 태도가 협조적이고 묻는 질문에도 가감없이 진술을 해주고 있다”며 “핵심 당사자가 진술할 자세가 돼 있는 만큼 향후 속도감 있는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익범 특검팀은 압박을 통해 드루킹 김씨의 진술을 받아내기보단 유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수사 최종 책임자인 허 특검이 직접 드루킹과 면담시간을 가진 것 역시 ‘유화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허 특검은 면담을 위해 특검 조사가 끝난 29일 새벽 2시까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허 특검은 드루킹에게 “앞으로도 특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드루킹은 앞선 경찰조사에선 구치소 접견조사를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구속 전 조사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해 경찰은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에 대해 제대로 된 진술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드루킹의 비협조적 태도에 대해 경찰 안팎에선 본인의 진술이 자칫 진행 중인 재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 수사를 통해 추가 범죄 정황이 드러날 경우 혐의가 늘어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루킹은 구속된 이후 경공모 회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해야 형량이 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허익범 특별검사.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허익범 특별검사. [연합뉴스]

드루킹의 진술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은 특검팀의 유화전략에 더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대응전략을 폐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검 관계자는 “드루킹 사건 자체가 전국민적 관심사가 된 데다 특검 출범으로 최소 60일간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건을 조용히 처리한다는 건 현재로선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루킹이 특검 수사기간 동안 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드루킹은 변호사 등 외부의 조력을 받지 않은 채 진술 태도와 수위, 방향 등을 단독으로 결정하고 있다. 심경의 변화가 생기면 언제든 비협조적인 태도로 돌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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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지난 28일 소환조사를 통해 드루킹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개괄적 진술을 확보한 만큼 향후 있을 추가 소환조사에선 ‘미시적 진술’을 듣겠단 계획이다. 이 단계에서 김경수 당선인과 송인배 청와대 비서관 등 ‘윗선’의 존재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관계자는 “드루킹 댓글 사건은 얼마나 많은 댓글이 조작됐는지를 밝히는 것 이상으로 이 과정에 누가 개입됐는지를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 기존에 제기됐던 모든 의혹들에 대해 정황증거와 진술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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