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서장」을 펼친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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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 모습을 전 세계인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젖 먹던 힘까지 내었어요.』
특히 외국인들에게 경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 태권도시범(「벽을 넘어서」)에서 가냘픈 몸으로 훌륭히 한몫을 해낸 서울 미동초교 5년생 문현정양(11)은 공인1급의 예비 무도인.
태권의「태」자도 모르던 지난해 11월부터 방학도 일요일도 없이 강훈을 해오다 보니 송판 한 장쯤은 옆차기로 깨는 무서운 아이가 됐다. 『매일 새벽 같이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게 너무 힘들고 공부에도 지장이 있어 수십번 그만두려 했어요.』 문양은 그러나『올림픽에 나간다』는 자부심으로 견뎌온 보람이 오늘에야 나타났다고 귀엽게 웃는다. 『연습도중 손목이나 발목을 삐어 파스를 아예 붙이고 다녔어요.』
비호태권도단 8백8명과 미동초교생 2백명 등 모두 1천8명의 태권도 시범단 중에는 문양 또래의 여학생이 15명.
『제목이 「벽을 넘어서」로 붙여진 이유는 많은 벽들로 분단된 인류가 그 벽을 넘어 화합의 의지를 다지라는 뜻』이라고 또박또박 얘기하는 문양은 문건식씨(44·회사원)의 네딸 중 셋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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