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조국을 불러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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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번쯤은 오늘 아침 조국을 불러보자 한번쯤은 스스로를 살피자 바람과 햇볕살과 강줄기와 산간사이 살아서 길리우다 죽어 안겨 품에 묻힐 조국은 내가 자란 육신의 고향 나를 기른 슬픈 어머니.> (박두진 시 『아, 조국』에서).
그렇다. 그 조국은 고작 세계지도에서 전체 육지면적의 6백만분의 1밖에 안되는 작은 땅덩이. 인구는 80분의 1.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지구의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 몰랐던 나라. 분단과 전쟁으로 비로소 알려진 슬픈 어머니같은 나라, 그 조국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 조그만 나라에 대양보다 더 밝고 뜨거운 횃불이 솟아 올랐다. 저 그리스의 헤라신전에서 지중해와 인도양, 남지나해를 거쳐 장장 1만2천km를 날아와, 다시 2만여명의 손과 손을 거쳐 조국땅 구석구석을 달려 온 불꽃. 그 성화가 지구촌 50억의 눈길이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메인스타디움 성화대에 높이 점화되는 날. 우리는 자랑스럽게 조국을 한번 불러보자.
세계 1백60개 나라에서 1만3천6백여명의 젊은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잠실벌에 모여 인류의 대축제를 벌이는 날. 그래서 지구의 변두리가 지구의 한복판이 되는 날. 우리는 목청껏 조국을 한번 불러 보자.
돌이켜보면 7년전 서독 바덴바덴에서 그 보잘것 없던 조국이 올림픽 개최국이 되던 날. 누군들 오늘의 이 홍분과 감격을 믿으려 했던가.
그러나 오늘 우리는 대역사를 이룩했다. 잠실벌을 일구어 경기장을 짓고 선수촌을 건설했다. 조각공원도 만들고 「평화의문」도 우뚝 세웠다. 또 한강 물줄기를 잡아 새로 둑을 쌓고 길을 뚫고 다리도 놓았다.
그동안 모두가 쏟은 정성, 흘린 땀방울을 무엇으로도 저울질할수 없을 것이다. 그 땀과 꿈이 결실을 보는 날. 우리는 다함께 조국을 불러보자.
우리는 지난 며칠간 소련에서, 동구권에서, 멀리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온 예술인들, 문인들, 학자들을 맞아 때로는 열광하고 때로는 따뜻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비록 북녘땅에 한가닥 아쉬움이 남지만, 이념과 체제의 벽을 뛰어넘어 지구촌의 모두가 하나가 되는 날. 우리는 정말 자랑스럽게 조국을 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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