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청약 취소해 주세요" 단체행동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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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 홈페이지에 판교 신도시 민영 임대 관련 청약을 취소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청약 당첨자 발표일을 앞두고 당첨 기대에 부풀어 있어야 할 신청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청약을 취소해달라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 다음에 '청약취소를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카페를 개설하고 단체 행동에 나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민원을 제기한 청약자들은 민영 임대 아파트의 경우 비싼 임대보증금도 문제지만 10년 뒤 시세의 90%로 분양전환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비싼 임대료를 내고 살다가 10년 뒤에는 집을 빼앗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건교부 홈페이지에 민원을 제기한 나문선씨는 "취소 이유는 무지 때문"이라며 "추첨하기 전에 무조건 취소를 해달라"고 주장했다. 나씨는 "서울에 사는 일반 1순위 320만원 청약 가입자로 민간 임대는 해당된다 해서 잘 따져보지도 않고 신청했는데 그게 너무 비싼 가격이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50회 가까운 청약통장을 이용해 민간임대를 신청했다는 박영태씨도 청약을 취소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박씨는 "분양공고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본인이 가장 큰 책임이 있겠지만 과도한 분양가 및 임대료를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청약 취소를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판교 신도시 정책이 서민을 위해 공급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부자들만의 투기장이 됐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의 청약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진짜 서민인 이들이 당첨돼도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고 떨어져도 청약통장을 일정기간 사용할 수 없게 돼 주택 마련에 상당기간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달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면의 욕심을 가지고 청약해 놓고 이제 와서 힘들다고 취소해 달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은 "애들 장난도 아니고 자기 평생 자산을 들여 구입하는 것에 당연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지 묻지마 청약을 해 놓고 지금 와서 물러달라고 하면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의 능력이 안된다고 판단해 청약을 포기한 사람은 뭐냐"고 반박했다.

한편 판교 신도시 임대아파트를 특별공급 받게 된 경기 성남시 판교지구 철거 세입자들도 지나친 임대료 등으로 청약을 포기할 처지에 놓이게 되자 '청약무효' 소송을 준비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건교부와 성남시는 당초 세입자들을 위해 임대아파트 분양 때 주택공사(629가구)와 민간(689가구) 임대아파트를 특별공급했다. 이에 따라 철거민들은 주공 599가구와 민간 420가구(다른 지역 철거민 포함)를 청약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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