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은 후 “좋으면서도 허무하다”고 밝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현지시각)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F조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2-0으로 승리했다.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멕시코-스웨덴전 결과를 듣고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은 독일을 상대로 2점 차 승리를 거두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상대로 승리하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선제 조건은 이루어졌으나 안타깝게도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꺾으면서 한국은 F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신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을 꺾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기분은 상당히 좋다. 좋으면서도 허무한 느낌이 있다”며 “어제까지 1%의 지푸라기를 잡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선수들에게 불굴의 투혼을 갖고 뛰자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승리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상대의 방심을 역으로 이용하자고 생각했는데 적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실시한 4-4-2 포메이션을 선수들이 잘 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점유율은 낮겠지만, 기회가 올 것이니 침착하게 뛰라고 주문했는데 이 계획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 신 감독은 설명했다.
그간 받았던 비난과 오해에 대해서도 신 감독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다들 보이는 것만 가지고 결론을 짓는다. 당시 속에 있는 말을 하지 못했다. 속이 상하고 힘들었다”며 “그러나 선수들과 함께 이겨내면 무마될 것으로 생각했다. 16강 진출에 실패해 아쉽지만 한 줄기 희망을 본 것 같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신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대해 총평을 해달라는 질문에 “계획했던 성적을 못내 아쉽지만, 러시아에 와서 좋은 인상을 받고 간다. 다음에 개인적으로라도 여행을 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