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기 흔들며 "이겼다"|릴르하머 「동권대회」 유치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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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전야인 14일 밤 각국 IOC위원이 묵고 있는 호텔신라 객실 복도는 작은 선물과 꽃다발을 든 4개 후보도시 유치단들와 IOC위원 방문로비로 밤새 부산했다.
4개도시 유치단 1백여명은 87명의 IOC위원들이 묵고있는 객실을 찾아 선물을 전달하며 한표를 부탁했는데 IOC위원 숫자보다 유치단숫자가 많아 복도에서 서로 마주치는 해프닝을 빚었다.
○…총 90명의 IOC위원중 서울총회에 참석한 위원은 87명이었으나 관례상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사마란치」위원장과 투표직전 회의장을 빠져나간 이탈리아의 「스테파니」위원을 뺀 유효투표수는 85표였다.
1차투표는 릴르하머 25, 앵커리지 23, 외스테르준트19, 소피아 17표(1표는무효)이었는데 금메달감으로 여겨지던 소피아가 4위로 탈락한데 대해 모든 사람들이 경악.
앵커리지의 선전은 「더윈스키」 국무차관 등의 로비로 남미표를 상당수 흡수했다는 분석이고 소피아는 동구 및 일부 제 3세계국가들의 지지는 받았으나 서구가 스칸디나비아국가쪽으로 돌아 참패.
2차투표에서는 앵커리지가 22로 고정표를 지킨데 반해 소피아지지 세력이 유럽으로 쏠려 외스테르준트가 33표로 릴르하머의 30표보다 3표를 리드.
그러나 3차 최종투표에서는 탈락한 앵커리지 지지표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릴르하머에 몰려 결국 절대 39표로 릴르하머가 판정승(1표는 무효).
○…발표식에 나선 「사마란치」IOC위원장은 『4개 후보도시 중 1개도시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결과야 어떻든 4개 도시 모두가 승자』라고 서두를 꺼냈다.
발표직전 IOC위원 전원이 선수입장 모습처럼 차례로 연단에 올라 도열한 다음 「사마란치」위원장이 맨 나중에 등장, 개표결과를 담은 봉투를 개봉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된투표는 투표용지에 써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표가 뒤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때마다 다른 색깔의 용지를 사용.
릴르하머가 9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노르웨이 대표단은 일어나 노르웨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를 올렸다.
○…탈락도시중 가장 심각한(?) 반응을 나타낸 곳은 불가리아의 소피아.
소피아 유치단의 「알렉산더·베치코프」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많은 위원들이 1차투표에서 「내가 안찍어도 소피아는 1차를 통과할만큼 세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같은 투표 방식은 우리에게는 억울한 속임수 같은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었다.
그는 『3명이 카드게임을 할때 1명이 유난히 강하면 나머지 둘은 연합해 그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투표방식을 성토.
이러한 소피아측의 주장에 릴르하머 유치단의 「크리티안센」씨는 『어느 IOC위원도 1차투표에서는 가장 마음에 드는 도시에 투표하는법』이라며 현재의 투표방법을 두둔.
한편 외스테르준트 유치단원들은 『릴르하머는 외스테르준트와 2백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며 『이곳으로 다시 동계올림픽을 가지고 오려면 36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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