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예수 같은 반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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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번뇌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 사랑 속에 구원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입니다."

불교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부처님 오신 날(5월 5일)을 맞아 25일 발표한 봉축 법어다. 부처와 함께 예수를 같은 반열에서 언급했다. 불교계의 최고 지도자인 종정이 최대 기념일을 맞아 발표한 법어에서 다른 종교인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의 상징으로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법전 종정은 법어에서 "보고 듣는 이의 근기 따라 이름을 지으면 (모두 다) 보현(普賢)이요 미륵"이라는 구절 뒤에 부처와 예수를 거명함으로써 두 종교의 뜻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는 자비로 상징되는 부처와 사랑으로 상징되는 예수는 그 이름만 다를 뿐 인류 구원의 숭고한 뜻은 다 같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종정을 모시는 예경실장 선각 스님은 "종정께서 종교인들에게 반목 질시하지 말고 화합하여 고통받는 중생 구원에 동참하고 노력하라는 뜻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넣으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남대 김흡영(신학부) 교수는 "불교의 최고 지도자가 불교와 기독교에 공통적으로 내재해 있는 구원의 의미를 부처님 오신 날 법어를 통해 발표한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인 마이클 피츠제럴드 대주교는 25일 부처님 오신 날 경축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사랑과 자비의 정신으로 더욱 강한 친교를 나누고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헌익 문화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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