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준, 젊은 사람이 지금도 반성 안 해”

중앙일보

입력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 지난해 3월 수감생활 끝에 미국에 도착한 김경준씨. [연합뉴스]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 지난해 3월 수감생활 끝에 미국에 도착한 김경준씨.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자신을 BBK 실소유주라고 지목한 김경준씨를 직접 비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소송 혐의 9차 공판에서 “이 말을 꼭 하고 가야 오늘 잠을 잘 것 같다”며 그를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우선 “김씨의 부모님의 한 분은 권사고, 한 분은 장로라면서 저를 찾아와 아들, 딸 둘 다 변호사 만들었다길래 감동적으로 들었다. 한국에 와서 첫 투자금융을 시작한다고 해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고 김씨를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저는 젊은 사람이 한국에 와서 새로운 분야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기성이었다”며 “일을 해보니 김경준은 ‘BBK는 자기 회사’라며 한마디도 물어보지도 못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나중에 BBK와 관련해 문제가 생겨 물어보니 화를 벌컥 냈다. 화가 나니까 영어로 막 얘기하는데 3분의 1이 욕 같았다”며 “그래놓고 몇 개월이 지나 김씨가 ‘금융감독원에 BBK를 잘 봐달라고 얘기해줄 수 있느냐’고 했다”고 김씨와 사이가 틀어지게 된 배경도 말했다.

그는 “내가 ‘BBK가 뭐냐’고 하니까 김씨가 ‘그건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허수아비냐, 내가 로비스트냐’ 하며 못한다고 했더니 정색하면서 ‘당신하고는 이제 같이 일 안 한다’고 했다. 난 그 자리에서 한참 있다가 그 길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젊은 사람이 지금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생각 없이 계속 저렇게 해서 답답한 마음에 말씀드린다”고도 했다.

김씨는 BBK 사건과 관련해 2009년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됐다. 벌금을 내지 못해 형 만료 후 노역까지 마친 다음 2017년 3월 28일 출소했으며 같은 날 강제추방 형태로 미국으로 떠났다.

김씨는 지난달에도 법률 대리인을 통해 “BBK와 다스의 실소유자는 이 전 대통령”이라며 한국 입국 금지를 해제해주면 BBK 등과 관련해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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