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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을에 장애인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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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마치 외국에 온 것처럼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영어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키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장애인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장애인 편의시설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영어마을 내 시청을 비롯한 몇몇 시설엔 아예 경사로가 없거나, 입구엔 경사로가 있으나 내부는 계단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대부분의 상가 건물은 장애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입구에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고, 장애인 화장실이 별도로 설치된 곳이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장애인 직원 채용에 관한 문제도 제기하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직원이 50명 이상인 기업이나 기관은 직원 수의 2%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고용하게 돼 있다. 파주 캠프의 직원이 300명이라니 최소한 장애인 직원 6명을 고용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 중에도 찾아보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설했으면 한다. 지난해부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사회적 편견보다는 오히려 부족한 영어 실력이 걸림돌이 됐다고 들었다. 역으로 장애인들이 영어를 잘하게 되면 보다 취업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파주 캠프 측이 28일 열리는 영국의 구족화가 앨리슨 래퍼의 강연에 장애인 대학생 30명을 별도로 초청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애인 대학생들은 그녀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또한 래퍼의 영어 강의를 들으면서 영어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강한 자극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대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