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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산물"vs"업무연장 공간"… 시·도지사 관사 존폐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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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산물이다” “업무연장 공간이다” 민선 7기 출범을 앞두고 관사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시·도에서 관사를 없앤 데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 것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충남 홍성군 용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충남도지사 관사. 양승조 충남지사 당선인은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도청 주변에 아파트를 마련해 입주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충남 홍성군 용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충남도지사 관사. 양승조 충남지사 당선인은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도청 주변에 아파트를 마련해 입주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과 부산·대구·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등 10곳이다. 30~40년 된 단독주택부터 대형 아파트까지 다양하다. 광주광역시는 새로 취임하는 시장을 위해 관사를 다시 만들 예정이다.

17개 시·도 중 10곳 관사 운영… 연간관리비 6500만원 넘는 곳도 #서울·충남·전북·전남 등 단독주택에 청원경찰 24시간 경비서기도

◇“업무 연장으로 공적인 공간이다”… 관사 유지하는 시·도
충남지사 관사는 충남 홍성군 홍북읍 용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말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신도시(홍성·예산)로 이전하면서 지어졌다. 충남도청사와 아파트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외딴곳에 있다. 내포신도시에서 가장 높은 거주지에 자리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용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충남도지사 관사. 양승조 충남지사 당선인은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도청 주변에 아파트를 마련해 입주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충남 홍성군 용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충남도지사 관사. 양승조 충남지사 당선인은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도청 주변에 아파트를 마련해 입주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안희정(53) 전 충남지사가 사용했던 이 관사는 18억3800여만 원의 조성 비용이 투입되면서 호화 논란이 일었다. 관사를 유지하는 데는 연간 1000여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전기요금과 상하수도·가스요금 등이다. 아파트와 달리 청원경찰 3명이 24시간 관사를 지킨다는 게 특징이다. 이들 인건비와 경비실 운영비로 연간 1억6500만원이 든다.

관사 존폐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양승조 당선인은 26일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파트를 새로 마련할 때까지는 천안 집에서 출퇴근하다가 8~9월쯤 내포신도시(홍성·예산)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이다. 천안에서 내포신도시까지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

김경수(51) 경남지사 당선인은 관사 입주 여부를 고심 중이다. 경남도청이 있는 창원에는 김 당선인의 거처가 없어서다. 김 당선인의 집은 경남 김해다. 김 당선인 측은 “(당선인의)집이 김해인데 출퇴근할 수는 없다. 다만 아직 정리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용호동에 있는 경남도지사 관사. 김경수 당선인은 관사 입주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자신의 집이 있는 김해와 도청이 소재한 창원간 거리가 멀어 출퇴근이 어려워서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용호동에 있는 경남도지사 관사. 김경수 당선인은 관사 입주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자신의 집이 있는 김해와 도청이 소재한 창원간 거리가 멀어 출퇴근이 어려워서다. [연합뉴스]

부산시는 전국에서 가장 큰 단체장 관사를 보유하고 있다. 5공 시절 운영하던 ‘전국 청와대’ 중 하나로 연면적이 452㎡에 달한다. 지난해 관리비와 보수비용으로 6580만원이나 들어갔다. 조경관리 등을 위해 관사에 직원 2명이 배치돼 있다.

이낙연 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사용하던 관사는 전통한옥 형태로 규모가 445㎡에 이른다. 이곳에도 청원경찰과 시설직원이 상주한다. 김영록 전남지사 당선인은 이 관사를 사용할 예정이다. 전북지사 관사(402㎡)에도 청원경찰이 머물며 경비를 서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관사에서 거주하고 있다. 405㎡의 단독주택으로 관리비만 연간 3000여 만 원이 들어간다. 이곳에도 청원경찰 3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대구시장과 충북지사·경북지사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모두 각 시·도에서 매입하거나 임차한 아파트다.

전국 시·도지사 관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시장 관사. 5공시절 '지방의 청와대'로 불리며 대통령들이 사용하기도 했다. [사진 부산시]

전국 시·도지사 관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부산시장 관사. 5공시절 '지방의 청와대'로 불리며 대통령들이 사용하기도 했다. [사진 부산시]

광주광역시는 윤장현 시장이 없앴던 관사를 다시 마련하고 있다. 이용섭(67) 당선인 측이 관사 사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와서다. 광주시는 3억2000만원을 들여 112㎡ 규모의 아파트를 임차할 예정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윤 시장은 2014년 9월 기존 관사(아파트·159㎡)를 매각하고 자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업무 공간인 집무실 개념으로 관사가 필요하다”며 “(지리적으로) 시청과 가까운 곳에 관사를 마련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더욱 봉사하기 위한 기회비용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자치21 박재만 사무처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권위주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관사를 부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광주의 경우 윤장현 시장이 관사를 없애 시민들이 지지했는데, 이 당선인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지사 관사 현황. [자료 각 시·도]

전국 17개 시·도지사 관사 현황. [자료 각 시·도]

이철우(63) 경북도지사 당선인은 기존 관사 이전을 경북도에 요청했다. 안동 시내에 있는 관사(아파트·178㎡)가 도청과 30~40분가량 떨어져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경북도는 도청사 인근에 100㎡ 이상 크기의 아파트를 물색하고 있다.
이상선 충남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관사는 특정 계급의 공직자를 위한 특혜 이미지가 있다"며 "시대 흐름에 맞게 관사를 없애고 각자 집을 구해 사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구시대 유물”… 시민 품으로 돌아간 시·도지사 관사
대전시는 2002년 염홍철(74) 전 대전시장의 공약에 따라 관사를 폐지했다. 관사는 리모델링을 거쳐 시립어린이집으로 사용 중이다. 경기도는 2016년 관사를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이다. 5개 객실과 전시관(3실)·스튜디오(1실) 등으로 이뤄진 게스트하우스는 지난해 2046명이 객실을 이용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연동 소재 도지사 관사를 개조해 지난해 10월 어린이 도서관으로 단장했다. 1만5025㎡ 부지로 지방 청와대 중 하나였던 제주지사 관사는 2002년부터 관사로 사용하다 주민 사랑방으로 전환됐다.

대통령의 제주 숙소로 쓰여 '지방 청와대'라고 불렸던 제주도지사 공관이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으로 변신해 도민의 품에 안겼다. 사진은 내부 꿈자람책방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의 제주 숙소로 쓰여 '지방 청와대'라고 불렸던 제주도지사 공관이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으로 변신해 도민의 품에 안겼다. 사진은 내부 꿈자람책방 모습. [연합뉴스]

울산시도 1996년부터 남구 신정동 1700㎡ 부지에 지어진 시장관사를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고 있다. 당시 심완구 울산시장이 취임 후 관사를 복지관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였다.

신진호·이승호·이은지·김호·김정석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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