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적자서 1분기 흑자 전환 … 팬택 박병엽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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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계열의 박병엽(45.사진) 부회장은'벤처 1세대'의 대표 주자다. 1991년 자본금 4000만원으로 '팬택'을 창업해 매출 3조원 대의 회사로 키웠다. 15년 동안 연평균 60% 대 성장을 거듭한 셈이다. 다른 기업을 인수해 회사 몸집도 불렸다. 2001년 현대큐리텔을 사들였고 지난해'스카이'휴대전화를 만드는 SK텔레텍을 합병했다. 그런 그가 요즘 사석에서"외롭다"고 토로한다. 끊임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억들이 마치 전쟁 같았다는 말도 자주 한다. 90년대 초반 그와 함께 벤처에 뛰어들었던 동료 기업인들은 이제 몇 남지 않았다고 했다. 부도를 내거나 조용히 사라졌고, 일부는 분식회계다 뭐다 해서 경영에서 물러났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인생은 스트레스"라며 말문을 열었다. "계속 크지 않으면 후퇴 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실적이 저조해 고삐를 바짝 조인 일도 술회했다. 팬택계열은 지난해 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1분기 8400억원이던 매출은 4분기에 57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박 부회장은 "회사가 워크아웃 중이라는 심정으로 필사적으로 경영쇄신에 매달렸다"고 했다. 좋아하던 골프를 끊고 외부 활동을 일체 중단했다. 회사에서 도시락을 시켜 점심을 먹었고, 일요일도 거의 빠짐없이 출근했다. 업무 진척사항과 해외지사의 재고 내역을 직접 챙겼다. 때마침 휴대전화 보조금이 재개되면서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이는 적자 탈출에 적잖게 도움을 줬다. 팬택계열은 올 1분기 매출 8100억원에 영업이익 330억원을 올렸다고 25일 밝혔다. 이제서야 약간 한숨을 돌렸다.

"회사가 적자 구조에 빠지는 악순환을 막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시장을 둘러싼 악재 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로 수출 채산성이 점점 떨어지고 내수 시장은 비수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내수시장은 더 큰 고민이다. 삼성.LG 같은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하는 일이 벅차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삼성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에 올랐던 팬택계열은 최근 다시 3위로 내려앉았다. 시장점유율은 곧 브랜드 파워에 달렸다는 걸 다시금 절감했다.

박 부회장은 프리미엄 브랜드'스카이'를 앞세워 실지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다음달 내놓는 '스카이 슬림폰'으로 고가제품 시장을 공략한다. 시장 상황이 어렵지만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전쟁터에 선 장수는 늘 외롭다는 말도 했다. 그는"배수진의 각오로 회사를 더욱 키워 매출 10조원을 이루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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