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도 중단 검토

해병대가 매년 서해 5도 지역(서북도서)에서 해왔던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이 올해는 건너 뛸 것으로 보인다. 서북도서의 K-9은 북한이 서해안 일대에 배치한 해안포를 상대한다. 2010년 11월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악조건 속에서도 역공에 나서 북한군에 피해를 줬던 전력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역공 주역 #남북 협력 위한 각종 회담은 봇물 #군, 동·서해지구 통신선 복구 합의

2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두세 차례 계획된 해병대의 서북도서 실사격훈련을 유예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방한계선(NLL) 인근 지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는 게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 행위 전면중지’와 저촉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군 관계자는 “훈련 유예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훈련 계획은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매년 7~8월, 11~12월 서북도서에서 K-9을 비롯해 105㎜ 견인포, 81㎜ 박격포 등으로 백령도 서쪽 해상을 향해 쏘는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 훈련의 유예가 확정될 경우 올 하반기 계획됐던 주요 군사훈련이 줄줄이 중단되는 게 된다. 한·미 군 당국은 8월 말 예정된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한·미 해병대의 소규모 연합훈련인 한국 내 훈련프로그램(KMEP)을 이번엔 유예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6일부터 계획됐던 한국군 독자 훈련인 태극훈련도 취소했다.

군사훈련은 줄줄이 유예되는 가운데 남북 협력을 위한 각종 회담은 봇물이 터졌다. 남북 군 당국은 이날 서해지구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대령급 실무접촉을 하고 이른 시일 내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구하는 데 합의했다. 국방부는 “우선 서해지구 군 통신선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이행하기로 했다”며 “동해지구 군 통신선은 산불로 인해 완전히 소실된 만큼 공사에 필요한 자재, 장비, 소요 기간 등을 추가 협의해 빠른 시일 내 복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이날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을 위한 남북 간 철도 협력 분과회의를 26일, 도로 협력 분과회의를 28일 각각 개최한다고 밝혔다. 북한 내 산림녹화사업을 위한 남북의 산림협력 분과회의는 다음달 4일 열린다.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는 4·27 정상회담의 합의문인 판문점 선언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철도·도로 회담은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차원이다.

통일부는 또 남북이 합의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준비하기 위해 27일 남측 시설점검단을 상봉 장소인 금강산 면회소로 파견한다. 판문점 선언에 명시됐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사무소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8월 중순까지는 개성공단 내 교류협력협의사무소 건물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철재·전수진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