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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만여 VOD 콘텐트 국경 초월 스마트미디어 시대 선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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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은 최대한 단호하게 반응한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다른 생활 패턴을 만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삶에 녹아들면서 진정한 혁명이 일어난다.” 세계적인 미디어 이론 선구자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 변화 수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야기한 미디어 혁명은 진행형이다. 신문과 방송이 미디어의 전부라고 여겼던 종전과 달리 이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콘텐트가 유통되는 ‘뉴미디어 시대’다. 2만여 VOD 콘텐트를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넷플릭스’가 등장했고 이는 곧 국내 IPTV와 손잡고 또 다른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 넷플릭스의 등장에 전통 미디어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미디어 업계에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넷플릭스가 등장해 미디어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정면으로 마주할 때다.

최근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떠오르는 화두는 ‘넷플릭스 진출’과 ‘과연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다. 세계 190개국에서 1억2500만여 명이 이용하는 영화·드라마·예능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깊숙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였다. 국내 사용자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를 통해 넷플릭스 영상을 보거나 CJ헬로와 딜라이브 같은 유료 케이블방송에 가입하고 셋톱박스를 설치해야만 넷플릭스 콘텐트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기와 비교하면 국내 서비스 이용자의 반응은 미미했다. 국내에서 유료 VOD 콘텐트로는 국내 드라마와 오락 등 TV 프로그램이 대부분인데 당시 넷플릭스에는 한국 VOD 콘텐트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또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빅데이터 추천 서비스가 국내에서는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인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견고하게 생성됐지만 아직까지 한국인 선호도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는 한국인 사용자 데이터가 많지 않아서다. 사용자가 많아지고 데이터가 축적되면 한국인 성향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하고 개인에게 맞춤 영상을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맞춤형 콘텐트 개발 강화
이외에도 월 1만4500원 정도의 비용 때문에 넷플릭스는 IPTV와의 경쟁에서 뒤졌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IPTV가 손잡으면 시장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IPTV로 동영상 콘텐트를 선보일 수 있도록 LG유플러스와 사업 제휴를 검토한다. 최대 경쟁자와 협업해 더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방송사 콘텐트 외에 유튜브 영상을 IPTV로 선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며 “넷플릭스도 함께하면 콘텐트의 차별화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방법 외에도 지난해부터 부족한 국내 콘텐트에 대한 한계도 깨고 있다. JTBC와 Mnet, tvN 등 유료 종합편성채널과 다양한 국내 제작사와 계약을 맺어 보다 풍성한 영상을 제공한다. 자체적으로 콘텐트를 제작하기도 한다. 지난해 6월엔 넷플릭스 지원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인 ‘옥자’가 세계에 공개됐다. 올해엔 개그맨 유재석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와 개그맨 유병재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유병재: 블랙코미디’, 주지훈 주연의 드라마 ‘킹덤’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됐다.

국내 수용자 영상물 선택권 넓어져
그렇다면 이 같은 변화가 미디어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먼저 수용자는 영상 선택권이 넓어진다.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해외 다큐멘터리부터 독립영화,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트까지 찾을 수 있다. 콘텐트 창작자는 방송국이라는 한정된 기관에서 벗어나 규제 없이 자유롭게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자체 콘텐트를 제작하는 경우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넷플릭스는 영화 ‘옥자’를 제작할 때 579억원을 투자했고, 드라마 ‘킹덤’은 회당 제작 비용으로 15억~20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넷플릭스가 전 세계 콘텐트에 투자한 비용만 약 8조5000억원이다. 거대 자본이 질 높은 콘텐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열악했던 국내 제작 환경이 개선되고 자연스럽게 제작 수준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콘텐트 제작자가 많다.

한류 콘텐트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용자가 해외 콘텐트를 고화질로 볼 수 있는 것처럼 해외 수용자도 국내 콘텐트를 자국어 자막과 함께 시공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콘텐트는 국경을 뛰어넘어 동시에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넷플릭스가 전통 미디어와 구분되는 또 다른 유통 통로가 돼 국내 콘텐트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체 제작한 영상들이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190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방송사와 영화배급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등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미디어 유통 시스템의 변화로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오세욱 선임연구위원은 “넷플릭스가 두렵다면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기술력을 파악하고 이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며 반문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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