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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달리기 8초47에 도전한다|"더 빨리, 더 높이"…첨단과학을 동원한「기록의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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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마라톤 2000연대 초 2시간3분대…수영엔 무한한 가능성 기대
바람보다 더 빨리, 사슴보다 너 높게-.「인간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이 같은 기록경신 욕구는 오랜 세월이 지나가도 퇴색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은 마라톤 등 각종 기록경기에서「한계의 벽」을 뚫고 경이적인 기록이 쏟아져 나오길 바라고있다. 조물주가 빚어낸 인간, 그 인간이 갖는 기록경신의 한계 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기록향상은 대부분 훈련테크닉·영양·장비의 개선 등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상적인 신체조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스포츠종목에 따라 이상적인 체격의 선수를 광범위하게 발굴하게된 것도 기록향상에 한 몫을 하고있다.
스포츠의학자들은 인체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라는 생각과 함께 인간의 근육·뼈·힘줄이 어느 정도의 기록을 낼 때까지 지탱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
스포츠과학연구소(대한체육회훈련원 산하)의 안황균 연구부장은『인간의 한계를 측정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인체의 근섬유·효소를 분석·연구하거나 탄력성 시험을 위해 뼈를 분석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학자들에 따르면 인체가 움직이는데 일정량의 에너지가 필요하며 섭취한 음식물을 에너지로 전안시키는 효율은 내부 메커니즘에 의해 제한된다.
이 에너지전환시스템은 근육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유산소성과정과 무산소성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근육세포는 유산소성 과정에서 혈액에 의해 운반된 산소를 이용, 지방분과 탄수화물을 비교적 느린 속도로 에너지 화하며 무산소성 과정에서는 산소를 이용하지 않으나 훨씬 빠른 속도로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육상경기는 종목에 따라 이두가지 과정 중 하나를 요구한다.
2시간 이상을 달려야하는 마라톤선수들은 에너지전환 속도가 느린 유산소성을, 순식간에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려야 하는 역도선수는 무산소성을 각각 필요로 한다.
수영이나 중·단거리 달리기는 이 두 가지 과정을 약50%씩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산소성 과정은 근육에 축적된 고 에너지 화학물질인 ATP(아데노신 3인산)와 CP(클레아틴인산)의 분해를 통해 에너지를 단숨에 방출시킨다.
스타트라인을 출발해 2분 정도까지는 무산소성과정에 의한 에너지 방출이 가능하나 이후에는 유산소성과정에 의해 에너지가 발생한다.
때문에 1백m를 달리는 선수는 레이스도중 숨을 쉬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기록의 단축을 위해서 단거리선수는 무산소적 에너지, 장거리 선수는 유산소적 에너지의 발생능력을 각각 높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유산소성 에너지의 발생능력이 탁월한 장거리선수라도 일정한 한계를 벗어나면 무산소성에너지에 의존치 않을 수 없다.
이 경우의 무산소성 에너지는 체내의 찌꺼기인 젖산의 발생을 수반하는 것으로 젖산시스템이라고 불린다.
젖산이 근육 속에 쌓이면 피로가 오며 근육을 수축할 수 없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육상선수가 피로를 느끼는 한계를 측정하려고 했다.
미국의 생리학자「데이비드·코스틸」박사는 어떤 선수가 1분에 소비할 수 있는 최대 산소량을 계산해 냈다.
미국의 스프린터였던「빌·로저스」는 뛸 때 1분에 몸무게 kg당 약80ml의 산소를 사용하고 있었다.
「코스틸」박사는 일반남자의 경우 조깅할 때 약45ml의 산소를 이용하고 있고 인간의 최대산소소비량은 80∼90ml라고 말했다. 한편 미 캘리포니아대 의대연구팀은 역도기록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시체의 대퇴골과 압축기를 이용, 인간의 대퇴골이 떠받칠 수 있는 최대무게를 측정한 결과 이론적으로는 그 수치가 몸무게의 약10배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기록의 한계를 측정하는데 쓰이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근육세포의 질이다.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이종각 운동생리학실장은 근육에는▲수축속도가 느리고 발휘하는 힘도 적으며 유 산소 에너지의 이용능력이 높고 피로가 더딘 지근(적근)섬유와▲수축속도가 빠르고 수축력과 유 산소 에너지의 이용능력이 높으나 피로하기 쉬운 속근(백근)섬유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7월 열린 서울올림픽 미국대표 선발전 남자 1백m 결승에서 9초78의 비 공인 세계최고 기록을 수립한「칼·루이스」는 속근 섬유의 비율이 약70%인데 세계정상급의 마라토너「살라갈」의 각근은 92%가 지근 섬유로 이뤄져 있다는 것.
이 같은 생리학적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선수조건과 인간의 한계를 규정짓는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련의 스포츠과학자들은 1백m 스프린터의 최적 조건을 나이 23세, 키 1백77cm, 몸무게 73kg으로 보고 이 같은 선수는 오는 90년까지 9초75까지 1백m의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체격이 너무 크면 공기의 저항이 심하고 체격이 작으면 가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의 체격이 좋다는 것.
현재의 남자 1백m 세계 최고기록은 공인기록으로는 검은 탄환「벤·존슨」의 9초83, 비 공인기록은「칼·루이스」의 9초78.
미국의 육상전문가나 스포츠연구기관은 남자 1백m의 기록이 오는 2천년 대까지 9초66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1912년의 최고기록(10초84)과 현재의 공인된 최고기록(9초83)을 75년으로 나누면 매년 단축된 기록이 평균 0·013초라는데 근거하고 있다.
일본 동경대학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다케우치·게이」(죽내계)교수와 장강기술과학대
「후지노·요리다케」(등야화건) 교수 팀이 예측한「2008년도 올림픽 육상기록 가상치」(『과학조일지』에 발표) 에 따르면 남자 1백m가 9초68, 또 2008년까지의 다른 일반경기를 포함한 1백m 최고기록은 9초65로 나타났다.<도표참조>
또 일본 쓰쿠바대학 스포츠생리학 팀은 레이스 초반의 순간적인 가속도와 반응속도가 빠른「벤·존슨」과 중반이후 라스트 스퍼트가 뛰어난「칼·루이스」의 장점용 갖춘 선수가 등장한다면 9초50까지의 기록단축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현재 세계 최고기록이 2시간6분50초인 마라톤의 경우 2000년대 초에 2시간3분대에 진입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다.
「다케우치」교수 등은 2008년 올림픽 마라톤에서의 기록을 2시간4분38초, 그때까지의 일반경기서 포함한 최고기록용 2시간3분35초로 예측했다.
미국올림픽위원회 산하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생체역학연구팀은 현재 1백m 세계기록 9초83을 초속으로 환산하면 10·16cm라는 점을 들면서 마라톤에서 그 절반인 초속 5·7cm의 스피드를 유지하고 보폭을 20cm 늘리면 2시간3분대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높이뛰기의 경우 거의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있다.
소련과학자들은 이상적인 높이뛰기 선수의 조건은 나이 20∼26세, 키 1백88cm, 몸무게 73kg이라고 밝히고 이 같은 조건을 갖춘 선수가 나온다면 오는 90년까지 2m45cm(현재최고기록 2m42cm)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케우치」교수 등은 2008년까지 이 부문 최고 기록을 2m57cm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75년 이후의 신기록을 분석, 매년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치를 도출해냈다. 이 기록향상 치에서 돌연변이 적으로 갑자기 돌출 된 신기록은 제외해 이 최고기록 예측치는 상당히 달성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까지의 기록단축 실적과 앞으로의 가능성, 인간신체의 한계 등을 종합해 남자 육상 1백m의 이론적 한계기록은 8초47, 남자 마라톤은 1시간46분 정도로 내다봤다.
이 분석에서는 육상에서 남자의 경우 현재 추세로 보아 앞으로 기록향상이 계속될 것이지만 여자의 경우 기록향상이 둔화돼 조만간 벽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여자의 기록은 최근 급속히 향상되고 있으나 남자기록을 추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됐다.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놓고 볼 때 아직까지 인간의 한계에 직면하기 시작했다고 보기 힘든 종목으로는 수영이 꼽힌다.
과학자들은 중력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이 공기 중에서 보다 감소하기 때문에 달리기 종목에 비해 심장이 제 기능을 훨씬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점등을 들어 특히 여자수영선수의 기록경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스포츠과학자들은 가세기에 접어들면 수영에서 남자와 여자의 세계기록 차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있다.<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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