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군단 기름칠 한 ‘축구 교수’ 크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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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절묘한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터트린 독일의 토니 크로스(왼쪽 둘째). 스웨덴 골키퍼 로빈 올센(오른쪽)이 몸을 날렸지만 막지 못했다. [신화=연합뉴스]

절묘한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터트린 독일의 토니 크로스(왼쪽 둘째). 스웨덴 골키퍼 로빈 올센(오른쪽)이 몸을 날렸지만 막지 못했다. [신화=연합뉴스]

“침몰 위기의 독일을 구조했다.” (미국 CNN)

스웨덴전 종료 직전 프리킥 골 #항상 정확한 패스 ‘교수’로 불려 #넓은 시야, 패스성공률 90% 이상

“꿈의 문을 열어젖혔다.” (독일 타게스샤우)

24일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에서 독일이 스웨덴에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해외 언론은 후반 종료 직전 터진 ‘극장 골’의 주인공을 대서특필했다.

‘전차 군단’ 독일을 위기에서 구해낸 사나이는 바로 ‘축구 교수’로 불리는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였다. 그는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프리킥을 감아 차 극적인 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독일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천금 같은 첫 승을 거뒀다. 한국은 크로스의 이 골 덕분에 16강 진출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됐다.

2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스웨덴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리고 환호하는 독일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 [AP=연합뉴스]

2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스웨덴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리고 환호하는 독일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 [AP=연합뉴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팀답지 않게 어수선했다. 1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패하면서 독일 축구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내분설까지 터져 나왔다. 스웨덴과의 2차전에선 달라진 내용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전반 32분 올라 토이보넨(32)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그러나 독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3분 마르코 로이스(29)의 골로 동점을 이뤘고, 후반 추가 시간 크로스의 역전 골로 독일 축구 팬들을 흥분시켰다.

이날 독일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1986년 월드컵 득점왕 개리 리네커(잉글랜드) BBC 해설위원은 트위터에 “22명의 선수가 82분 동안 공을 쫓다가 독일의 한 선수가 퇴장당해 21명이 13분 동안 공을 쫓아도 어쨌든 독일이 이기는 게 축구”라는 글을 남겼다. “축구는 22명의 선수가 공을 쫓다가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경기”라는 자신의 말을 살짝 뒤틀어 표현한 것이다.

토니 크로스. [신화=연합뉴스]

토니 크로스. [신화=연합뉴스]

독일 북부 시골의 그라이프스발트에서 태어난 크로스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7세 때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7세였던 2007년 9월엔 바이에른 뮌헨 구단 최연소로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2골을 모두 어시스트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크로스는 2007년 6월 한국에서 열렸던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도 5골·4도움을 기록했다. 당시 독일은 3위에 머물렀지만,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건 바로 크로스였다. 당시 헤이코 헤어리히 독일 감독은 “크로스는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한 제3의 골키퍼까지 배려하는 훌륭한 리더다. 훗날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뮌헨과 바이엘 레버쿠젠 등 분데스리가에서 8시즌 동안 활약했던 크로스는 2014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그는 특히 독일과 스페인의 명문 클럽을 거치면서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유프 하인케스(독일), 펩 과르디올라(스페인), 카를로 안첼로티(이탈리아), 지네딘 지단(프랑스) 등 명장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기량이 해마다 발전했다.

'축구 교수' 토니 크로스를 표현한 스페인 마르카. [사진 크로스 트위터]

'축구 교수' 토니 크로스를 표현한 스페인 마르카. [사진 크로스 트위터]

안첼로티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 재임 시절 “크로스는 마치 ‘축구 교수’ 같다. 항상 정확한 패스를 하고, 공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4, 2016, 2017년에 FIFA가 선정한 월드 베스트 11에도 뽑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에서도 그는 2골을 뽑아내면서 대승(7-1)의 주역이 됐다. 이어 독일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면서 대회 베스트11에 뽑혔다. 크로스가 팀을 옮길 경우 예상 이적료는 7200만 파운드(약 1064억원)를 호가한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몸값을 모두 합쳐도(995억원) 크로스 한 명의 이적료보다 적다.

독일대표팀의 구심점인 그는 스웨덴전에서 패스성공률 93.4%를 기록했다. 27일 독일과 맞대결하는 한국 입장에선 크로스의 지능적인 플레이가 단연 경계 대상이다. 크로스는 “쉽게 짐 싸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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