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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sa 행복한 중독

중앙일보

입력

캬바레 춤이라니요? 고급 댄스의 선두주자라오~

"원 투 쓰리 돌리고~" "거기 김 이사님~ 최대한 우아하고 섹시하게!" "파트너 바꿔서 한번 더~" 지난 21일 오후 7시 압구정 살사클럽 '말만'. 살사 강의가 한창이다. 오후 9시. 멋진 파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조금 전 강좌가 열리던 이곳은 화려한 조명의 살사클럽으로 변신했다. 마치 남미 어느 나라의 클럽에 온 듯 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쉴새없이 바뀌는 음악 속에 꼿꼿한 듯 우아한 동작과 스텝으로 살사 리듬에 몸을 맡긴 이들의 열정적인 살사파티는 새벽까지 계속됐다.

불과 10여년 전 만해도 카바레춤 또는 무도회장 춤으로 불리던 살사(Salsa)가 최근 고급댄스로 각광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살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000여 개의 살사댄스 동호회가 활동 중에 있다. 동호인 수만도 5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활발히 활동중인 동호인이 10만여명에 이른단다. 짧은 역사와 커플 댄스에 대한 선입견을 고려해 볼 때 살사의 전파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한 동호회로 활동하고 있는데 살사랑.헬로우라틴.온투살사.라틴마니아.보스톤.살사쟁이.클럽잉카.살사홀릭.라틴파라다이스.해피라틴.라틴댄스클럽. 살사빠띠오.이지라틴 등이 수천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쿠바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살사댄스는 90년대 후반 유학생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힙합, 브레이크, 재즈 동작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의 살사 댄스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살사를 즐기는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한국살사협회 노영환 회장은 "남녀가 부둥켜 안고 춤을 춘다고 불건전한 춤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원래 이 춤은 남미 마을축제나 파티. 농사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가족끼리 즐겼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공개적인 춤"이라고 말했다. 살사댄스의 대중화를 목표로 2003년 발족한 사단법인 한국살사협회에는 현재 1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살사의 매력, 중독성이 강하다

살사에 빠진 이들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살사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이 춤에 빠지면 술자리나 노래방, 그리고 골프 등 다른 운동까지 자연스레 멀리하게 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 처음엔 혼자 입문하지만 결국 배우자, 동생이나 부모님까지 설득해 함께 즐기는 사람도 적잖다.

처음엔 동호회나 학원에서 춤을 배우다가 살사의 매력에 푹 빠져 결국 전문 댄서나 강사로 전업한 사람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살사전문 강사 박복주씨도 우연히 살사에 접했다가 직업을 바꾼 케이스. 5년동안 모 방송국 AD로 근무하던 박씨는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살사의 매력에 푹 빠져 시간적 여유가 있는 모바일 컨텐트 업체로 이직했으나 결국 2년만에 퇴직했다. 현재 그는 살사전문 기업에서 회원들과 살사춤에 빠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지내는 게 즐거울 뿐"이라며 웃었다.

살사인 아카데미 손나리 원장도 서울 유명 입시학원에서 잘나가던 영어강사 출신이다. 역동적이고 세련된 춤을 구사하여 유명세를 타는 그는 뛰어난 영어실력 때문에 해외 살사 세미나 등에 초빙되는 살사댄스계의 명사가 됐다.

#누가 살사를 추는가

살사 동호회나 관련 기업들은 대개 살사 회원 중 의사.변호사.연예인.교수 등 전문직이 유독 많다는 점을 자랑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전문직에 적합하기 때문이란다. 이미 명로진, 윤동환 등은 살사 매니어 연예인들로 소문났으며 베스트셀러 작가 정찬용씨도 살사 매니어. 방송인 노홍철씨도 한창 살사에 빠져 지낸다고. 환경운동가로서 학계에서 꽤 유명한 모대학 교수는 150cm정도 단신에도 불구하고 1년만에 베테랑의 경지에 이르는 열정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살사 동호회에서 눈빛을 교환하며 사랑을 키우다 2년 전 결혼에 골인한 오남옥(30), 우승범(32)씨 부부는 "부부가 취미생활을 같이 하면 금슬은 저절로 좋아진다"며 웃었다.

#어떻게 추나

살사는 빨리 걷는 운동의 일종으로 1시간 정도 추고 나면 지치는 다른 춤과 달리 지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살사 전문가들은 "살사댄스는 배운 즉시 4~5시간 만에 춤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4분 간격으로 음악이 바뀔 때마다 스텝을 바꿔가며 춤을 추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 자유로운 응용이 가능하다. 조깅에 버금가는 칼로리 소비를 하면서도 심장이나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는 유산소 운동으로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서서 걷는 동작 때문에 바른자세를 갖는 데도 도움을 준다. 춤을 출 때 파트너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살사춤의 기본 매너다. 여성을 케어 해주지 않는 남성은 꼴불견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자신의 기술을 뽐내려고만 하는 사람도 손가락질 받는다.

#어디서 춤추나

살사의 메카는 홍대와 압구정. 홍대 마콘도.압구정동 말만 등이 매니어들이 많이 가는 살사클럽이다. 이들 클럽은 금요일과 토요일엔 발디딜 틈없이 붐빈다. 이들의 춤은 대부분 다음날 오전 4~5시까지 이어진다.그러나 음악과 파트너가 계속 바뀌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상명대 강사인 시이나 켄이치(34)씨도 살사 매니어다. 살사 경력 5년인 켄이치씨는 주말마다 클럽을 찾는다. 그는 "일본에서는 강습해주는 강사 위주로 사람들이 모이는데 비해 한국은 동호회 위주로 모이는 모습이 이채롭다"고 말했다.
[도움말= 라틴문화 기업 '살사인' http://www.salsain.net (사)한국살사협회 http://www.koreasalsa.or.kr]

▶살사에 빠진 사람들의 증후군

1. "나는 못말리는 몸치"
처음엔 수줍어하며 찾아오지만 입문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던 모습을 발견하곤 놀란다.

2. "사람없는 곳에선 스텝이 절로~"
특히 버스와 지하철을 기다릴 때 스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3. "김부장님 맞으세요?
직장에선 점잖고 말없는 김부장도 살사클럽에만 오면 완전 딴사람이 돼버린다. 정열의 화신으로 대변신하는 것이다.

4. 안보인다고 연습 안하는 게 아니야~
사무실 책상 아래, 화장실에서도 스텝 연습은 필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발이 저절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5. "난 그런 사람 아니라니까~"
회식 때 노래방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살사 스텝 때문에 여직원들이 '제비같다'고 수근거리며 웃는다.

6. "이 노래 쿠바 음악이네~"
라틴음악이나 살사리듬을 단박에 알아내 박학다식하다는 소릴 종종 듣는다.

7. "당신 바람났어?"
살사춤도 옷이 날개다. 칙칙한 옷을 즐겨입던 예전과는 달리, 화려한 색상과 몸에 달라붙는 옷에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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