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계열사 등기 이사직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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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사진) 삼성그룹 회장이 20일 삼성에버랜드의 등기 이사직을 사임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삼성물산.제일모직.호텔신라 등 상장 계열사 6개와 에버랜드.삼성코닝.삼성재팬 등 비상장사 3개의 등기 이사를 맡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그룹의 간판격인 삼성전자 경영에 전념하고, 나머지 계열사에 대해서는 전문 경영인의 재량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DJ(김대중) 정부 시절 대주주 일가에게 법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등기 이사를 맡도록 한 조치가 지나치게 형식적이어서 이를 실질화했다는 것이 삼성의 설명이다. 실제 이 회장은 이사회 참석 등 실무적인 일에는 거의 참여 하지 않아 왔다. 삼성 관계자는 "등기 이사로 등재돼있지 않다고 해서 대주주의 책임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또 "대주주가 여러 회사의 등기 이사로 동시 등재돼 있으면, 지분법 평가 대상이 돼 각종 재무제표 작성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었다"며 "등기 이사직 사임에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삼성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짓는 해석이 나돌고 있다. 이 상무는 삼성에버랜드의 2대 주주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지배 주주의 책임성 강화 원칙을 훼손하는 것일 뿐 아니라 참여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대한 도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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