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체제의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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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3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개회되었다. 올림픽기간의 휴회로 본격활동은 10월초부터 시작되지만 이번 정기국회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 정당들과 의원들의 시험대이자 4당 체제의 국정운영수준을 보여주는 국회라고 할 수 있다.
정기국회의 할 일은 많다. 새 헌법이 부활시킨 국정감사를 처음으로 실시하게 되고 5공 비리조사를 비롯한 각종 특위활동도 차츰 구체적인 결실을 내놓아야한다. 악법개폐작업을 비롯한 방대한 양의 입법작업이 있고, 예산안심의도 국회의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으로서는 무엇 한가지 소홀히 다룰 일이 없다.
그리고 정기국회가 본격화할 올림픽직후는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가진 시기라는 점도 정치권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 4당이 안정된 바탕 위에 효율적으로 국정을 처리하고 쟁점을 절충해 나간다면 막연하게 나돌던 올림픽 후 불안설이란 것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국이 남비끓듯 한다면 억측은 커지고 불안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는 밖의 잠재적 불안요인을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제도권으로 수렴할 수 있을지 시험대가 아닐 수 없고, 아울러 오늘의 4당 체제가 국정운영과 문제해결에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본격적으로 보여줄 무대라고 할 수 있다. 13대 국회가 그 동안 두 차례 임시국회를 가졌지만 그것은 일종의 예비적 가동이었을 뿐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무엇보다 민주화개혁의 실현장이 돼야 한다. 비리, 광주 등 일련의 5공 청산작업을 확실히 가시화해야 할뿐 아니라 각종 악법개폐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사실 악법개폐작업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많은 국민이 국회의 늦은 행보로 악법하의 고통을 계속 겪고있음을 볼 때 국회의 개폐작업은 빠를수록 좋다.
정부도 이번 정기국회에 입법, 정책 등의 과감한 민주화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화조치가 구체화해 나감으로써 이 체제의 신뢰기반이 커질 수 있고 그에 따라 극단사조의 대두도 억제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정기국회가 6공화국 들어 별러온 각종 민주화조치의 실현장이 돼야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정기국회의 산적한 일과 이 시절의 각종 갈등요인들을 생각할 때 각 정당은 정기국회에서 말 그대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여야총재들의 청와대회담 등에서 언급한 대로 정부가 잘하면 야당도 협력해야 할 것이며, 정부가 민주화에 늑장을 부리고 권위주의적 발상이나 관료 변의 주의를 보인다면 단호히 비판하고 시정 시켜야 옳다.
그리하여 여야가 국회를 집권전략추구의 무대로서만이 아니라 국가운영과 국정개선, 국민이익추구의 장으로 생각하고 정치를 한다는 것을 국민이 느낄 수 있게 해야한다.
각 정당들에 대한 또 한가지 당부는 각기 나름대로의 정책관이라 할까, 국가경영의 철학을 갖고 예산심의에 임하라는 것이다.
각 당은 예산심의에서 어느 계층, 어느 분야를 더 중시하고 더 대변하는지 당의 성격을 차차 분명히 해나갈 필요가 있다.
16년만에 부활된 국정감사를 하는데 있어 과거와 같은 관폐 끼치기나 의원들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나와서 안됨은 새삼 재언 할 필요도 없다.
민주화시대다운 정기국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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