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어깨를… 한국 일선사령탑의 출사표(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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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여농구 신동파=약력
44년9월2일 함경남도 안변에서 출생·휘문고→연세대졸. 70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80년 국가대표팀감독.
우리 팀은 어쩌면 이번 올림픽에서 두 가지의 「행운」 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지난7월 조 추첨 결과 『절묘하다』 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대진표가 확정된 것이다.
또 하나는 이번 대회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점 슛 제를 채택, 장거리포를 주무기로 삼고 있는 우리 팀에 그만큼 득점 력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당초 목표인 4강 진입은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메달 획득의 부푼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행운」 이 단지 「요행」으로 끝나지 않고 기적을 낳는 토대가 되어야한다는 각으로 그 동안 피땀어린 맹훈련을 쌓아왔다.
지금까지 훈련방향은 숙명적인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중장거리 포의 정확도와 몸싸움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어봤다.
미국· 소련· 유고뿐 아니라 중국보다도 평균 신장5∼10cm가량 작은 우리 팀으로서는 외곽공격과 악착같은 골 밑 몸싸움으로「키 싸움의 공백」 을 메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수 전원은 그 동안 찜통 같은 태릉훈련원 연습장에서 팔이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참아가며 하루 3백번 이상의 장거리포를 쏘아대는 훈련을 해봤다.
그 결과 지금은 김화순(김화순· 27) 최경희 (최경희· 23· 이상 동방생명)김말련 (김말련· 25· 신탁은) 등 슈터들의 슛률은 연습에서 90%이상을 맴돌고 있다. 통례상 실전에서는 그 절반수준을 유지한다고 보면 이는 단연 세계 최고의 슛 적중률로 일단 믿음직스럽다.
이와 함께 골 밑 몸싸움 강화를 외해 기존 센터인 조문주(조문주·24·국민은) 성정아 (성정아·24·동방생명)에 1m90의 노련한 박찬숙 (박찬숙· 30)이 가세해 큰 도움을 얻었다. 그러나 박찬숙은 그 동안 공백이 컸고 나이를 고려해 주전으로 기용하기보다는 기존센터의 보조로 역할을 맡길 생각이다.
장신의 외국강호들과 경기에서 리바운드의 약세는 피할 수 없지만 센터 진이 적어도 6-4정도의 수준까지만 막아낸다면 승산은 있다고 본다.
리바운드에서 평균 2개정도만 뒤지면 우리 슈터들의 정확한 외곽공격으로 이를 득점과 연결해 3개까지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슈터들이 홈 코트에서 벌어지는 경기에서 얼마나 대담하고 침착하게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
돌이켜보면 지난날은 막중한 중압감에 대항해 얼마나 자신감을 얻느냐는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주전들의 잦은 부상에 시달려온지라 선수들이 코트에 쓰러지기만 해도 또 부상하는 것이 아닐까 가슴 철렁한 초조감을 느껴야했고 LA올림픽 은메달의 영광재현이라는 자타 (자타) 의 부담감에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늘 선수들에게 해온 말대로 「노력하는 자에게는 기적도 일어날수 있다」 는 진리를 차분한 마음으로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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