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민정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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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8일 이틀간 열린 민정당 의원세미나는 민정당이 안고 있는 고민과 함께 그 한계를 그대로 노출시켜 버린것 같다.
올림픽이후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제5공비리조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뭔가 해답을 마련할 듯 하더니 끝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주저앉고 말았다.
세미나 초반엔 「업적인정과 사과」라는 일방정 방안이 제시되는 등 해결책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엿보여 관심과 기대를 모았었다.
의원들도 개별적으론 민정당이 어떤 형태로든 분명한 태도를 결정해야한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주고받는 등 비장한 모습들이어서 세미나장 주변엔 한때 긴장감까지 감돌았었다.
그러나 막상 토론회가 시작되고「멍석」을 퍼놓자 의원들은 핵심문제는 별로 언급하지 않고 거론하더라도 변죽만 울리는데 그쳤다.
몇몇 수구적 입장의 주장이 우회적으로 개진되자 주도적 해결 등 적극론은 어디론가 꼬리를 감추고 의원들은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태수습을 위해서는 「단호한」 얘기는 삼가는게 좋다는 주문까지 나왔다.
결국 『당사자의 판단에 맡기는게 가강바람직 하다』는 의견에 의원들은 묵시적으로 동의한 셈이 됐다.
의원들과 개별대화를 나눠보면 전 전대통령이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며 되도록 빠를수록 정국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임을 알 수 있다.
의원들의 그러한 인식과 비등한 여론등을 종합한다면 모처럼 「멍석」을 깔아놓은 이번 세미나에선 최소한 「건의」 수준이라도 의원들의 총의가 집약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결론은 유보됐다. 누구의 눈치를 그토록 살피는 것인지, 소신이 부족한 것인지, 눈치보기로 일관해온 여당의 습성이 그대로 드러난것 같다.
한 의원은 『6공화국은 어차피 5공화국의 원죄를 짊어질수 밖에 없다』고 자조했다.
의원들 역시 상당수가 5공화국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어껄수 없는 노릇인지도 모르겠다.
실제 발표되지 않은 토론내용중에는 상당히 강경한 의견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또 「성역」처렴 쉬쉬하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것만도 큰 성과라는 자위도 있다.
그러나 민정당이 할말을 제대로할수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또 그럴만큼 속사정이 복잡하다면 민정당은 너무 두꺼운 벽속에 갇혀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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