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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두순 사건' 잘못된 기소 막는다…성폭력 3개법 '단일 법률화' 권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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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조두순에게 성폭행 당한 피해자가 그린 그림. 범인을 처벌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 JTBC]

2008년 조두순에게 성폭행 당한 피해자가 그린 그림. 범인을 처벌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 JTBC]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가 성폭력 관련 현행법 3개를 단일 법률로 통일하자는 권고안을 18일 회의에서 결의했다. 복잡한 법 체계 때문에 8세 초등생을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2010년)에서처럼 검사, 판사, 변호사들이 법리를 잘못 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성폭력 관련 현행법 3개 중구난방" #"판·검사, 변호사도 숙지 못해 실수" #'조두순 사건'처럼 잘못된 기소 막기 위해 #개혁위, 성폭력 3개법 '단일 법률화' 권고

다만 성폭력 피해 기준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확대하는 방안은 장기과제로 남기기로 했다. 20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개혁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무부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혁위가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한 3개 법률은 ①강간죄(형법 제297조) ②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③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이들 현행 법들은 공통적으로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각 법률이 규정한 성폭력의 ▶성립 조건 ▶처벌 규정 ▶보호 대상 등의 기준과 범위는 제각각이다. “남성 위주 중심의 법 체계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여성·아동 등 피해자 인권을 반영하면서 새로운 법률과 법 개정이 땜질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게 개혁위의 판단이다.

이를 테면 형법상 강간에선 성폭력을 폭행·협박에 의한 성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 폭행ㆍ협박의 정도가 피해자를 저항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했는지를 중요한 유죄 판결의 기준으로 본다.

하지만 이같은 강간죄는 폭행·협박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미성년자나 장애인 등 심신미약자 등에 대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맹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2010년에 ‘위계에 의한 간음’ 등을 규정한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업무나 고용 등 수직적 관계나 서열에서의 권력형 간음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피해자가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위력·위계·서열이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여비서와 성관계를 가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00년에 제정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은 2009년 6월에 전면 개정됐다. 명칭 그대로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처벌한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의 신상 공개 정보를 규정하고 있다.

'천안판 도가니' 사건에선 판사가 '실수'

경찰·검찰 수사기관과 판사,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의 나이와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해 이 3개 중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 판단해야 한다. 피해 상황과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 한 사건이라도 2, 3개의 법리를 동시에 적용해야 할 때가 있다. 최주필(법무법인 창비) 변호사는 “충분히 숙지하지 않으면 법률 전문가들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조두순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당시 13세 미만의 아동 성폭력을 처벌하는 성폭력 특별법 대신 형법상 강간치상죄를 적용했다. 그 결과 조두순은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았다. 성폭력 특별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기소됐다면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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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특수학교 교사가 지적 장애 여학생들을 성폭행ㆍ성추행한 ‘천안판 도가니’ 사건(2010~2011년)에선 판사가 법리를 오해해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돌려 보낸 경우도 있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가해 교사의 신상 공개 및 고지 명령을 구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을 근거로 선고했다. 이에 대법원은 “피해자 중 아동ㆍ청소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가해자의 신상 공개 등의 근거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서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법무ㆍ검찰개혁위는 이날 회의에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사회보호조치에 관련 법률들도 통일해야 한다”며 “전자발찌 부착을 규정한 보호관찰법과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공개 등을 규정한 법률도 단일화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호진·박사라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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