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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에 온 예멘 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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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

올해 제주도에 온 예멘인 561명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이들을 받아주지 말라는 청와대 청원 추천이 20만 명을 넘어섰다. ‘난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라’는 인도주의적 청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추천 수는 미미하다.

유엔난민기구가 19일 발표한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1620만 명, 2초에 한 명씩 집을 잃었다. 분쟁과 박해로 인한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은 사상 최고치인 6850만 명, 그중 고국을 떠난 난민은 2540만 명으로 집계됐다.

예멘은 오랫동안 내전에 시달려 왔다. 2015년 이후 중동의 패권전쟁으로 번지며 민간인을 포함해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만 명 넘게 조국에서 탈출했다. 제주도의 561명은 그중 0.3%에도 못 미친다. 불확실한 정보도 이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일단 제주의 예멘 난민이 증가 추세였던 건 맞지만 이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 법무부가 지난 1일부로 제주도 무비자 입국 허가 대상에서 예멘 국민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님비’로 비판받을 결정이다.

성범죄 공포를 부추기는 ‘여자나 아이 없이 건장한 남성들만 왔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법무부 난민과 관계자는 “당연히 아니다”고 답했다. 또한 낯선 땅에서 먹고살 길이 없을 때 구걸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커질 텐데 정부가 일자리 알선을 해 주는 게 과연 잘못된 조치일까. 참고로 우리 국민은 6·13 지방선거에서 전과자를 무려 38%(비례대표 제외)나 뽑아줄 만큼 범죄에 너그러웠다.

난민 신청자에게 월 138만원을 준다는 건 왜곡된 팩트다. 138만원은 주거 지원을 받지 않는 5인 이상 가족에게 제공하는 최대치로,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최장 6개월간 지급된다. 지난해 1차 난민 심사만 평균 7개월이 걸렸고, 올해는 지원자가 폭증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생계비를 신청한다고 다 주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785명이 신청해 436명만 돈을 받았다. 총액 8억1700만원. 1인당 187만원, 6개월로 나누면 월 31만원꼴이다.

한국의 난민법이 좋아 예멘인들이 왔다는 정보도 오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4년간 난민 신청 3만2733건 중 난민 지위를 인정해 준 건 706건(2.2%)에 그친다. 지난해 한국이 인정해 준 난민은 121명, 한 해 배출된 난민의 0.0007%를 품었다.

난민의 다른 이름은 실향민이다. 우리는 한때 난민을 대거 배출한 전쟁국가였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인 지금도 그렇다. 한국인 난민 및 난민 신청자는 631명, 북한 출신은 1766명이다. 오늘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이경희 디지털콘텐트랩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