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경계령 민주당…빨간불 민생경제에 ‘걱정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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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헨리조지와 지대개혁’ 출간 기념 토론회에서 김정우 당대표 비서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헨리조지와 지대개혁’ 출간 기념 토론회에서 김정우 당대표 비서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6ㆍ13 지방선거 후 처음 열린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당 대표는 ‘대승의 기쁨’ 대신 ‘낮은 자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추 대표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당선자들은 당선의 기쁨을 잠시 내려놓고 심기일전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방권력 여당 독점’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추 대표는 “지방의회 다수당이 된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성과 투명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지방정부의 불법과 비리, 해당(害黨)행위 등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격하게 처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과 지방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정능력과 윤리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당 차원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대외적으로는 연일 ‘조심 또 조심 모드’이다. 선거 승리에 도취해 자칫 민심과 괴리된 언행이나 오만한 모습을 비쳤다가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종의 ‘승자의 저주’에 대한 경계령이다.

새 지도부를 뽑는 8ㆍ25 전당대회의 핵심 테마가 ‘혁신’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친문(친문재인) 주류에서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한 친문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솔직히 집권당이 고공비행 중인 대통령 지지율에 숨어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면서 “이번 전당대회를 당 혁신의 계기로 삼고 부단히 쇄신하지 않으면 민주당도 매서운 회초리를 맞을 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실제로 일자리 위기와 경기침체 등 민생 여건은 곳곳에서 적신호를 켜며 여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19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최근 취업자 증가폭 감소와 청년실업 등 고용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면서 “민주당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고, 더욱 절박한 심정과 과감한 대책으로 일자리 문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19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와 함께 본격화된 2019년도 최저임금 심의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포함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대하며 ‘심의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최저임금의 기록적 인상(16.4% 인상된 시간당 7530원)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 등 후유증 논란에 휘말렸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0일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회를 열어 서민경제 안정 대책을 포함한 핵심 현안 점검에 나선다. 이번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는 최저임금, 일자리안정자금 제도 개선안 등 노동현안 대책과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인 남북 경제협력 등 추진 상황이 주요 의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 동안 외교안보 성과에 가려졌지만 민생 경제 위기는 정부 여당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있다”며 “지방선거 대승 성적표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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