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도 트럼프에겐 ‘협상카드’일뿐…동맹 훼손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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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ㆍ미 연합훈련을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 기간에 ‘워게임’(war games)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나의 제안이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희망하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즉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ㆍ미 동맹의 한 축인 연합훈련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거래 대상으로 올라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ㆍ미 동맹을 대하는 태도는 전 정부와 사뭇 다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정상회담차 청와대를 방문해 “우리 두 정상은 만날 때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절대 끊어질 수 없는 동맹관계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2008년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한미동맹은 현대의 위대한 ‘성공 스토리’”라고 했다. 공화당, 민주당 가리지 않고 한ㆍ미 동맹은 ‘가치 동맹’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이익 동맹’이다. 그는 대선 주자 시절인 2016년 CNN 인터뷰에 “우리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으면 그들(한국)이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에 맞서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유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에 대해선 “(한국으로부터) 대가를 제대로 지불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미국이 큰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를 비용 대 편익 관점으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ㆍ미 동맹의 두 축인 주한미군과 연합훈련이 ‘지켜야 하는 것’에서 ‘거래해야 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한ㆍ미 동맹을 협상 카드로 쓰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해결 방식에 대해선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 12일(현지시각) CSIS 컨퍼런스 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동맹에 대한 공약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잠재적 우려가 있다”면서 연합훈련 등이 북한과의 협상 카드가 되면 동맹이 확실히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ㆍ미 협상 과정에서 한ㆍ미 동맹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는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겐 북핵 협상의 성과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올인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한ㆍ미 동맹 약화에 대한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18일 “한국 정부는 서울과 워싱턴의 다양한 레벨에서 미국 정부에 한ㆍ미 동맹이 북핵 협상 카드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한ㆍ미 동맹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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