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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눈물의 세일 … 건설업체들, 미분양 해결 고육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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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견건설업체인 A사는 이달 초 고심 끝에 충남 아산에 짓고 있는 아파트 미분양분에 대해 분양가의 10%를 깎아주기로 했다. 2003월 12월 분양된 이 아파트는 입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절반이 팔리지 않아 '폭탄 세일' 외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모 사장은 "오랫동안 미분양을 끌어안아 이자 부담을 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분양가를 깎아서라도 처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잇따른 규제와 아파트 공급 과잉 등으로 지방 분양시장이 얼어붙자 분양가의 5~15%를 할인받을 수 있는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있다. 분양시장 침체 여파로 외환위기 직후에 있었던 '아파트 땡처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제까지 미분양 현장에서 중도금 무이자 융자, 발코니 확장, 입주 잔금 납부 유예 등 간접적인 할인 혜택이 부분적으로 있었으나 요즘에는 가격을 깎아주는 직접할인 사례가 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부산.충청권에서 골라잡기=가격 파괴 현상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간 공급이 많았던 부산과 충청도에서 세일이 잦다. 주택업체들이 청약시장 호황을 업고 마구 공급에 나섰던 게 부메랑이 된 셈이다.

부산시 서구 암남동의 송도동일스위트 아파트(180가구)는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미분양분에 대해 분양가보다 최고 평당 100만원 깎아주는 파격 세일에 나섰다. 33평형은 분양가에서 15% 할인한 1억6900만원에 계약할 수 있다. 암남동 H공인 관계자는 "입주까지 상당량의 미분양을 안을 경우 금융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 7개월째인 부산시 남구 감만동의 감만동일스위트도 '떨이'에 나섰다. 550가구 중 아직까지 팔리지 않은 저층 아파트를 5~10% 싸게 선착순으로 분양하고 있다. 이 아파트 시공사의 한 임원은 "주택업계에 몸담은 지 20년이 넘지만 분양가를 낮추는 극단의 처방을 쓰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천안시 성환읍에서 공급된 아포리예미원(94가구)도 분양시장 냉기류를 뚫지 못하고 할인에 나섰다.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32평형 잔여가구의 경우 층과 향에 따라 분양가에서 최고 5% 깎아주고 있다.

◆몰래 할인에서 공개 할인으로=분양가 깎아주기는 먼저 계약한 고객과의 형평성 때문에 숨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상황이 나빠진 요즘에는 공개적으로 분양가 할인에 나서는 등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쓰는 업체가 늘고 있다. 22일 입주에 들어가는 부산시 북구 만덕동 상록한신휴플러스(882가구)는 잔금 일시불 지급 조건으로 분양가를 평형에 따라 1000만~1500만원을 낮춰 재분양 중이다. 덤으로 새시와 온돌마루 공사를 공짜로 해주는 혜택도 제시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들어서고 있는 한 아파트도 입주를 앞두고 전 계약자에게 분양가 할인 혜택을 줄 계획이다.

부동산개발업체인 더랜드 김완식 사장은 "기존 계약자들에게까지 분양가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그만큼 건설회사의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라며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더라도 빨리 처분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마케팅 업체인 지오플랜의 박재열 사장은 "미분양이 장기화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분양가보다 싸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덥석 물었다간 낭패 볼 수 있는 만큼 주변 시세와 입지여건 등을 꼼꼼히 따져 본 뒤 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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