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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공 친 미켈슨 논란, 닉 팔도도 한국오픈에서 그랬다

중앙일보

입력

2001년 한국오픈에 참가한 닉 팔도[중앙포토]

2001년 한국오픈에 참가한 닉 팔도[중앙포토]

필 미켈슨이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시 인근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US오픈 3라운드 13번 홀에서 그린 밖으로 구르는 공을 일부러 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2001년 경기도 고양시 한양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오픈 2라운드에서다. 초청선수로 나온 닉 팔도는 10번홀(파 3)에서 약 5m의 버디 퍼트를 넣지 못했다. 50cm 정도의 파 퍼트도 홀을 지나갔다. 화가 난 팔도는 그 자리에서 고무래질하듯 공을 홀 쪽으로 당겼다. 그러나 그 공도 홀을 외면하자 퍼터로 움직이고 있는 볼을 건드려 홀에 넣었다.

팔도가 친 스트로크로만 보면 파 3홀에서 1온 4퍼트로 더블보기(5타)다. 여기에 규칙 위반을 했다. 움직이는 공을 쫓아가 친 미켈슨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룰 위반으로 실격 혹은 최소한 2벌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팔도는 1타를 더한 6을 적어냈다가 마커였던 앤서니 강이 2벌타라고 지적하자 7로 고쳤다. 규칙을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팔도는 실격되지는 않았으나, 3오버파로 컷탈락해 더 이상 경기는 못했다. 팔도는 당시 총상금 4억원의 절반이 넘는 2억원이 넘는 초청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팔도는 다른 홀에서는 퍼트가 안 들어가자 홀아웃 후 공을 숲으로 던지는 등 에티켓에 대한 지적도 받았다. 팔도는 “새벽 3시까지 퍼트 연습을 하느라 집중력을 잃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닉 팔도는 마스터스와 디 오픈에서 3번씩 우승했고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움직이는 공을 쳐 논란이 된 필 미켈슨. [AP/Carolyn Kaster]

움직이는 공을 쳐 논란이 된 필 미켈슨. [AP/Carolyn Kaster]

한편 17일 사건 관련, US오픈을 주최한 USGA가 과거 똑같은 행동을 한 존 댈리에게 2벌타를 줬다는 명분으로 미켈슨을 실격시키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반발도 크다. 골프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의견이 주류이며 미국의 골프 방송과 언론들은 “USGA가 실격시키지 않는다면 미켈슨이 자진 실격을 해야 한다”는 보도를 냈다.

필 미켈슨은 논란에 상관없이 4라운드 경기를 했다. 전날 10타를 적어낸 13번 홀에서는 벙커에 들어갔다가 파 세이브를 하자 두 번이나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다.

이외에도 메이저대회에서 움직이는 공을 친 선수가 있다. '풍운아' 존 댈리는 1999년 파인허스트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 움직이는 공을 쳤다. 그는 "(골프코스를 어렵게 만든) USGA에 대한 항의로 일부러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홀에서 13타를 쳤다. 1998년 커크 트리플렛은 올림픽 골프장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 움직이는 공을 쳤다. 컷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뉴욕=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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