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현대발레 조화 일품|소「볼쇼이」공연을 보고…이상일(성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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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류 연주자들이 총동원되는 갈러 콘서트처럼 볼쇼이발레단의 핵심멤버들과 소련 각지의 뛰어난 발레댄서들이 함께 동원된「갈러 퍼포먼스」형식의 소련 발레단 내한(9월 3∼5일 세종문화회관)공연은 전반적인 소련발레의 수준을 가늠케 했다.
이런 공연형식은 프리마돈나도 군무의 일원이 되게 하고 따라서『백조의 호수』주역도 반드시 소련 인민배우인「유리·블라디미로프」나「니나·소로키나」일 필요가 없다.
「오데트」공주 역이「아나니아·쉬빌리」, 왕자 역이「리에타」일 까닭도 없다. 그러나 그들을 놓친 것은 아쉽다. 프로그램 1은 그들의 이름을 뺀 채 스타군단을 형성해 볼쇼이발레단과 소련 발레스타 내한공연을 마련한 것이다.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유리·그리고로비치」를 위시, 40여 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20여 레파토리(프로그램1의 경우 16작품)를 선보인 가운데 아다지오·그랑파·고전적 2인무 등으로 고전과 현대발레의 진수를 골고루 맛보게 했다.
『백조의 호수』2막,『장미의 정』1막과 함께『스파르타쿠스』2인무,『잠자는 숲속의 미녀』『인디언 포엠』『빈사의 백조』등 2부의 작품들은 고전적 명작들의 예시만이 아니라 민중 민속적 주제의 예술화라던가 이 민족적인 소재를 발레화 한다던가 특히 슬라브계 손놀림 춤사위 등으로 해서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비록 볼쇼이발레단 단일팀에 의한 공연은 아니라 할지라도 소련발레의 환상의 실체를 접하게된 이번 기회는 첫째 기량의 과시, 둘째 명 편의 선보임으로 구분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모두 우아함과 완벽함과 기품과 균제로 조화를 이루어 우리로 하여금 발레예술의 진수를 만끽케 했다. 백조의 깃털 같은 가벼운 비상과 체공의 환상만이 아니라 회전·도무·대회전의 기법 등은 부드러운 유연성 속에 깃든 강인한 역동성을 통해 다시 부드러움으로 수렴되는 소련발레의 탈 이데올로기를 실증해 주었다.
장면마다 우리는 확고하고 안정된 기량으로 말하는 육체의「소리」를 들었다.
육신은 살아있는 조각이다. 기본기를 믿을만하므로 조형의 급작스런 변조, 곧 구성의 가변성이 주는 놀라움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스타 총출연시 갈러 콘서트형식이 한-소 문화교류의 제1단계라면 다음에는 전편 발레공연의 실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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