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은 15일 “국민 여러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란 말도 부끄럽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연 후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은 채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국당은 사과문을 통해 “당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책임을 전가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보수의 가치가 희생과 책임에 있음에도 소홀히 했다”며 “국민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께선 합리적이고 품격 있는 보수정당을 원했지만, 거친 발언과 행태는 국민의 마음이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했다”라고도 했다.
이날 의총은 6선의 김무성 의원의 2020년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시작됐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 의원은 공개 발언을 자청해 “이 사태에 대해 누구를 탓하기보다 각자가 자기 성찰부터 하는 반성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일종 의원 등 일부 초선 의원들이 “지난 10년간 보수 정치의 실패에 책임 있는 중진은 정계 은퇴를,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전면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한 직후 나온 선언이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서는 초선의 윤상직 의원도 “김 의원의 뜻에 동참하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윤 의원은 “제가 초선이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장ㆍ차관을 지냈다”며 “대통령 탄핵의 원죄가 없는 신인을 많이 발굴해 보수를 살리기 위해서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장우 의원은 “김 의원의 뜻을 함께하려는 중진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며 “저도 결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선 “당을 해체하자”(김한표 의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더 강한 정당으로 태어나기 위해선 죽어야 산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정양석 의원은 “우린 탄핵을 당한 환자인데 우리끼리 모여 진단하고 처방하는 게 큰 의미가 있겠느냐”며 “진정으로 쓴소리해줄 분을 의총장에 모시자”고 말했다. 차기 당 대표에 대해선 보수당에 전혀 몸담지 않았던 사람, 초선의 당 대표 추대 등의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한선교 의원은 “홍 전 대표와 당에 쓴소리한 중진들은 당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당 혁신 방안과 지도부 구성 방식 등이 논의됐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진 못 했다. 다만 김성태 권한대행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분은 한 명도 없었다”며 “논의를 거쳐 혁신 비대위가 구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혁신 비대위원장은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또한 “앞으로 보수 진보 프레임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경제 중심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주선 공동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이날 총사퇴했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미국 출국에 앞서 당 지도부와 가진 오찬회동에서 “제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전날 사퇴한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