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해체하자"란 주장까지 나온 자유한국당 의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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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은 15일 “국민 여러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란 말도 부끄럽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연 후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은 채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공개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무릎을 꿇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공개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무릎을 꿇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국당은 사과문을 통해 “당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책임을 전가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보수의 가치가 희생과 책임에 있음에도 소홀히 했다”며 “국민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께선 합리적이고 품격 있는 보수정당을 원했지만, 거친 발언과 행태는 국민의 마음이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했다”라고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었다. 김무성 의원이 자유발언으로 나와 다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유한국당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었다. 김무성 의원이 자유발언으로 나와 다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 의총은 6선의 김무성 의원의 2020년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시작됐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 의원은 공개 발언을 자청해 “이 사태에 대해 누구를 탓하기보다 각자가 자기 성찰부터 하는 반성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일종 의원 등 일부 초선 의원들이 “지난 10년간 보수 정치의 실패에 책임 있는 중진은 정계 은퇴를,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전면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한 직후 나온 선언이다.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서는 초선의 윤상직 의원도 “김 의원의 뜻에 동참하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윤 의원은 “제가 초선이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장ㆍ차관을 지냈다”며 “대통령 탄핵의 원죄가 없는 신인을 많이 발굴해 보수를 살리기 위해서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장우 의원은 “김 의원의 뜻을 함께하려는 중진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며 “저도 결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날 의총에선 “당을 해체하자”(김한표 의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더 강한 정당으로 태어나기 위해선 죽어야 산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정양석 의원은 “우린 탄핵을 당한 환자인데 우리끼리 모여 진단하고 처방하는 게 큰 의미가 있겠느냐”며 “진정으로 쓴소리해줄 분을 의총장에 모시자”고 말했다. 차기 당 대표에 대해선 보수당에 전혀 몸담지 않았던 사람, 초선의 당 대표 추대 등의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한선교 의원은 “홍 전 대표와 당에 쓴소리한 중진들은 당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당 혁신 방안과 지도부 구성 방식 등이 논의됐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진 못 했다. 다만 김성태 권한대행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분은 한 명도 없었다”며 “논의를 거쳐 혁신 비대위가 구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혁신 비대위원장은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또한 “앞으로 보수 진보 프레임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경제 중심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주선 공동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이날 총사퇴했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미국 출국에 앞서 당 지도부와 가진 오찬회동에서 “제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전날 사퇴한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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